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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박원순 의혹 조사 어디로 흘러가나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 … 조사권 제약

박시장 휴대폰 포렌식 중지, 수사 난항

묵인·방조범으로 몰린 직원들 반발

등록 : 2020-07-31 12:05:41

국가인권위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권한 제약, 검·경 수사와 중복 등 조사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순탄치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30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 성희롱·성추행 의혹 등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피해자측이 요청한 조사 분야만 8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조사 범위를 한정하지 않았지만 성희롱·성추행과 서울시 묵인·방조 의혹에 조사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인권 및 평등 촉구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만장일치로 직권조사를 결정했지만 일각에선 여론에 밀린 결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권위 진정 요건에 따르면 수사 중이거나 수사가 종결된 사안은 각하 대상이다.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은 이미 경찰과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피고소인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에 해당한다. 피해자측이 진정이 아닌 직권조사를 신청한 배경에도 이같은 판단이 담겼을 것이란 관측이다.

인권위 권한 한계는 조사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인권위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권이 없다. 이때문에 사건 당사자 자발적 진술이나 임의제출 성격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과거 사례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인권위가 2018년 7월 직권조사를 결정한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입국 사건'은 2019년 9월에야 결론이 나왔다. 지난해 4월부터 개시한 '스포츠계 선수 인권보호 체계 등 직권조사'는 결론이 나기까지 1년 3개월이 걸렸다. 2018년 서지현 검사 미투 폭로 관련 직권조사도 당초 계획보다 조사계획을 축소했음에도 5개월 이상 소요됐다.

조사 대상·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것도 어두운 결과 전망에 힘을 보탠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성희롱·성추행 관련 제도와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 제도·정책 전반의 문제점까지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시 직원들 묵인·방조 혐의도 조사한다고 했다. 기한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기약없는 조사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검찰·경찰 등 타 기관과 역할 중복 논란도 있다. 방조·묵인 혐의는 이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안이다. 서울시 제도 전반은 여성가족부가 지난 28~29일 현장 점검을 마쳤다.

사건이 본질과 무관한 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애초부터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사건을 무리하게 끌고가려다 벌어진 측면이 있다"면서 "핵심 조사 대상이 사라지니 시 직원들 묵인·방조 의혹으로 방향이 틀어지고 피해자 보호와 관계 없는 고소장 유출 경위가 논란이 되는 등 의혹 해명과 무관한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을 주로 변론해온 한 변호사는 "지금 사건 진행은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차단이라는 성희롱 사건 처리 핵심과는 다소 멀어져 있다"면서 "조사나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 만큼 충실히 진행하되 피해자측이나 서울시 모두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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