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 예비조사

운용사·NH투자증권 조사

내주 판매사·투자자 면담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의 배상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30일 NH투자증권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조사를 지난 주 마무리한데 이어 NH투자증권 조사가 끝나면 다음주 NH투자증권, 분쟁조정 신청인(투자자)과 함께 3자 면담을 갖는다.

31일 금감원 관계자는 "옵티머스 분쟁조정을 위한 예비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같이 계약취소가 가능한지,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으로 가야할지 등 방향성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 피해자들 | 옵티머스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지난 15일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금감원 분쟁조정은 펀드의 환매연기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배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같이 검찰 수사에서 불법행위가 상당부분 확인된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가능하다. 계약이 취소되면 투자원금이 전액 반환되기 때문에 손해 확정과는 상관이 없다.

옵티머스 펀드 역시 라임 무역금융펀드처럼 불법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에 계약 취소 가능성이 있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겠다며 펀드 투자금을 모집했지만 실제는 부동산이나 개발사업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계약취소를 결정하면서 "운용사는 투자제안서에 수익률 및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는 이를 그대로 투자자에게 제공하거나 설명해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서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계약취소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판매사들이 펀드 자체의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라임처럼 불법행위가 확인된 옵티머스 펀드는 계약취소를 할 경우 펀드상품의 대부분을 판매한 NH투자증권이 부담할 금액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융투자 명의로 투자됐고,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손실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도 계속 상품을 판매하는 등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혐의를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주요 인사와 함께 신한금융투자 본부장도 구속기소됐다.

따라서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계약취소에 따라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더라도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불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하고 상품을 팔았다는 점에서 투자원금 반환이 억울한 일일 수 있지만 신한금융투자로부터 구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분조위의 조정 결정은 받아들일 만한 사안이라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하지만 옵티머스 펀드는 사정이 다르다. NH투자증권이 계약취소를 해서 계약금 4327억원을 전부 돌려줄 경우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불분명하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구상금을 낼 여력이 없다. 다만 수탁회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의 책임소재가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NH투자증권이 입게 될 손실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금감원 분조위가 계약취소를 권고하더라도 NH투자증권이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고 그렇게 되면 조정의 효력은 상실된다. 다만 검찰 수사에서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의 불법행위를 인지하고 상품을 팔았다는 점이 확인될 경우 '계약취소 조정안'을 NH투자증권이 거부하기 어렵다.

금감원이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한국예탁결제원의 검사결과와 검찰 수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쟁조정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약취소가 어려워지면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으로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쟁조정은 법원 판결과 달리 양측이 조정안을 수용해야 성립되기 때문에 유사한 사안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고려 요소에 따라 조정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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