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노조 "이사회 퇴진"

이사회는 "추천위 재구성"

국립 인천대가 새 총장 임명이 무산된 뒤 또 한 번 내홍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재선거를 치르게 된 상황을 두고 벌이는 책임공방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재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기싸움이다.

인천대 총학생회와 인천대노조, 전국대학노조 인천대지부, 인천대총동문회는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사회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용규 이사장과 이사들이 이사회 회의에서 사과 한 마디 없이 총장 재선거와 총장추천위원회 개편을 예고했다"며 "이번 사태의 근원이 이사회였음에도 송구해하기는커녕 남 탓과 자신들의 권한만 챙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사회 전원 사퇴와 사과, 총장추천위 학내구성원 참여,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들이 이같이 반발하는 이유는 이사회가 구성원 합의 없이 재선거를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대 이사회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회의에서 신임 총장 추천을 위한 재선거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하기로 했다. 사실상 재선거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총학생회·동문회 등이 이사회 책임을 묻고 있다면 이사회의 과녁은 총장추천위다. 이사회는 기존 총창추천위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데다 이미 특정 후보에 높은 점수를 줘 객관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총장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총장추천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사회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총장추천위는 규정상 '대통령이 신임 총장을 임명하는 날'까지가 임기여서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이번 갈등은 이사회가 선거에서 3위를 한 이찬근 교수를 총장 후보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지난 5월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3위를 했다. 학생 1708명, 교수 490명, 교직원 36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최계운 명예교수가 1위, 박인호 명예교수가 2위를 했다. 총장추천위는 규정에 따라 이 3명을 이사회에 후보로 추천했는데, 이사회가 최계운·박인호 교수가 문제가 있다며 3위인 이 교수를 후보로 선정, 교육부에 임명을 요청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투표로 선정된 1·2위 후보자를 제쳐두고 3위 후보를 추천한 것이 반민주적이라는 것이다. 1·2위 후보 지지세력도 동참하면서 학내 갈등은 격화됐다. 게다가 이 교수가 교육부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인천대 내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재선거를 강행할 경우 후보자와 지지세력까지 가세해 내부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한쪽이 양보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인천대 한 관계자는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총장을 선출하더라도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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