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집단피해 ‘자율조정’ 의존

중재 · 집단소송 · 징벌적 배상

구제제도 도입 목소리 커져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권고에 대한 은행의 수용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금융분야 집단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해졌다.

4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분쟁조정제도로는 금융사의 배상을 이끌어낼 만한 강제력이 없다”며 “구속력이 있는 중재제도를 도입하거나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배상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 사모펀드 관련 분쟁은 대부분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자율조정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라임펀드·독일 헤리티지 DLS신탁·이탈리아 건강보험 채권펀드·디스커버리US핀테크 글로벌펀드·자비스펀드·옵티머스펀드 등 6개 부실 사모펀드에서 판매사의 자율배상이 진행되고 있다.

라임펀드와 관련해 무역금융펀드 이외의 펀드에 대해 신한은행은 투자원금의 50%를, 우리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기업은행 등은 투자원금의 30~50%를 선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투자원금의 85%까지, 신한금융투자는 70% 까지 지급한다는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다른 부실 사모펀드의 경우 대략 투자원금의 50%를 지급하는 기준을 세웠다.

금융당국의 조정권고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외국의 ‘편면적(일방적) 구속력’ 제도가 피해자 구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소액 분쟁에 국한된다는 점이 한계다. 편면적 구속력은 민원인이 금융당국의 조정권고를 수락하면 금융회사는 무조건 조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금융회사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액을 제한하는 게 외국에서도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소액 민사소송 기준(3000만원 이하)을 적용하면 위헌 소지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 사모펀드와 같이 피해규모가 클 경우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구제가 어렵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최종 판정에 구속력을 갖는 중재제도의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쟁조정 '사모펀드 피해구제' 해법될까"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