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중인 공수처법 개정 의견 제시

검토보고서 "추천위 구성시기 불분명"

박 의장, 임의 기한 정해 추천 요청 예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가 개점휴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회 운영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 추천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공수처법 개정의견을 내놔 주목된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운영위원회 장대선 수석전문위원은 전날 본회의에서 통과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규칙안에서 추천위 구성을 지체없이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되나 법률상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규칙안의 실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래통합당 퇴장 뒤 공수처 3법 통과 | 김태년 운영위원장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3법'으로 불리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 등을 통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규칙 2조 1항에서 국회의장에게 '지체없이'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추천위의 구성에 필요한 시기가 법률이나 규칙에 명시되지 않아 추상적 선언 규정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규칙안에서는 '국회의장은 공수처장 후보자의 추천을 위해 공수처를 지체없이 구성해야 한다'며 '국회의장은 교섭단체에 기한을 정하여 위원의 추천을 서면으로 요청할 수 있고 각 교섭단체는 요청받은 기한 내에 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했다.

언제까지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검토보고서는 "향후 공수처법을 개정해 추천 절차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관련 사례로 들었다.

검토보고서는 "(특검법은) 대통령은 지체없이 추천위에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하고 있고 이후 추천위는 5일 이내에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추천의 시작과 종료행위가 적시돼 있다"면서 "공수처법에서는 공수처장의 임기만 정하고 있을 뿐, 공수처장 추천 요청 방식 및 시점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정하고 있지 않아 추천위 구성의 필요한 시점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애초 백혜련안에 들어있었던 '국회의장이 정한 기한까지 교섭단체에서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경우,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은 뺐다.

검토보고서는 "교섭단체간 이견이 있어 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적시에 추천위를 구성하여 추천의 지연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회의장이 추천권을 국회 내 교섭단체 간에 당초 몫과 달리 지정하려는 경우에 있어 타 교섭단체의 반발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민주당은 전날 공수처법 후속법안이 모두 통과된 만큼 우선 야당에게 공수처장 추천위원 추천을 강도높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여당 원내대변인은 "공수처법을 어기고 있는 현 상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추천위 구성에 협조할 것을 통합당에 거듭 요청한다"고 했다. 공수처법은 지난달 15일에 효력이 발생했으며 민주당은 이후 '위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 역시 이달중 야당에 기한을 정해 후보추천을 공식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임시국회가 시작하는 18일 이후 공수처법 시행이 한달을 넘어섰다는 이유 등으로 야당에 대한 여당의 압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내에서는 '선 협상'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되면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지만 한편에서는 공수처의 특성상 여당 일방으로 출범시키면 공정성 시비 등 후과가 크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당 원내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법을 고쳐 공수처 추천위 구성방식을 바꾸는 방법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선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고 공수처의 특성상 여당 단독으로 출범시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찬 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늦어도 8월 국회 시작(18일)까지 후보 추천위원을 선임, 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다른 대책을 세울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지난 7월 15일로 규정된 공수처 설치 법정시한이 속절없이 늦어져서 현재는 위법 상태에 있다"며 "민주당은 통합당이 야기한 탈법 상태와 공수처 출범 지연을 용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