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한 서울 11만호 공급계획

오승록 노원구청장, 대통령에 편지

"저밀도 개발, 골프장 50%는 주민에"

유동균 마포구청장 "산업 거점공간"

정부가 4일 서울과 수도권에 13만호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요 공급부지로 지목된 자치구들이 요동치고 있다. 노원구는 오승록 구청장이 문재인 대통령에 태릉골프장 부지 저밀도 개발을 요청하는 공개서한문을 띄웠고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상암동을 혁신산업 거점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 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정부 계획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4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노원구 자체가 30여년 전 정부 주택공급 정책에 따라 조성된 도시라 주차난 교통체증 등을 해결할 기반시설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아파트 비율이 80%에 달하는 노원구에 1만 세대를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원구는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반시설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불암산에서 바라본 노원구 전경. 사진 노원구 제공


아파트를 짓되 저밀도여야 한다는 게 첫번째 요구다. 경기도 고양시 창릉신도시는 800만㎡에 3만8000세대를 건립하는 반면 공릉2동 태릉골프장은 1/10 규모인 83만㎡에 1만세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구청장은 "임대 비율은 30% 이하로 낮추고 나머지는 저밀도 고품격 주거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며 "노원구 주민들에 일정 부분을 우선 공급, 주차걱정 없는 쾌적한 새 아파트에서 살며 자존감을 갖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간 접근조차 어려웠던 골프장 절반은 주민에 돌려달라는 제안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나 성남시 일산과 분당에 신도시를 만들면서 호수공원과 중앙공원을 조성했듯 정부 정책에 협력하는 노원구 주민들에도 공원을 달라는 얘기다.

노원구에 따르면 태릉골프장 주변은 경기도 남양주와 구리시 별내지구 다산신도시 갈매지구 개발로 인해 교통정체가 풀리는 시간대가 없는 상습 정체구간이 됐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과 태릉입구 사거리, 북부간선도로 등이다. 오 구청장은 화랑대역에서 태릉골프장까지 지하철 지선 연결이나 트램 운영, 동북선 면목선 연장 등 세밀한 대책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조기착공, 의정부까지 KTX 연장,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를 촉구했다.

정부 발표에서 육군사관학교 이전문제가 빠지면서 노원구 주민들은 해당 부지에도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노원구는 육사를 이전하면 일대에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비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융복합산업 전초기지를 조성, 자족기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자칫 강남북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통 녹지환경 교육 사회복지 인프라를 충분히 감안, 주민들에 새로운 혜택이 될 수 있는 쪽으로 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상암지역 임대주택 공급안에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 구청장은 "상암동은 임대주택 비율이 지금도 47%나 된다"며 "특히 서부면허시험장은 새로운 전략거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하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정책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도시발전 측면에서 계획한 것이 아니라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무리한 정책은 결국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암동은 정보기술·미디어산업 중심지로 조성된 만큼 해당 부지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게 마포구 입장이다. 유동균 구청장은 "상암동은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이끌 혁신산업 거점지역과 남북협력 시대를 대비한 협력공간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와 용산구도 온도 차는 있지만 정부와 이견이 있다. 강서구는 마곡지구에 공급할 1200세대 전체를 임대로 하기보다 분양과 임대를 결합한 방식을 희망하고 용산구는 주거비율만 높이기보다 용적률을 더 높여 고밀도 주상복합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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