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돌출 발언 … 디아브 총리 "책임 있는 자들 대가 치를 것"

370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폭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폭탄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항구 창고에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레바논 현지 발표와 차이가 있어 사고원인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과 관련 '끔찍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미 군 당국이 일종의 폭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부상자 이송하는 소방대원들 |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의 대규모 폭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들것에 실어 이송하고 있다. 베이루트 AFP=연합뉴스


그는 레바논에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 뒤 "미국은 레바논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돕기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레바논 국민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끔찍한 공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끔찍한 공격'이라고 표현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폭발에 근거해볼 때 그렇게 보일 것"이라며 "나는 장성들과 만났으며 그들이 그런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그것은 공장 폭발과 같은 형태의 사고가 아니었다"며 "그들(장성들)에 따르면…그들이 나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격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일종의 폭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는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어 사고원인에 대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디아브 총리는 이번 폭발과 관련해 4일을 '애도의 날'로 선포한 뒤 텔레비전 연설에서 "이번 재앙에 책임있는 자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폭발 원인은 공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폭발물이나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레바논의 안보 책임자인 아바스 이브라힘도 폭발 현장을 방문한 뒤 "당장 조사할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보관된 물질이 있는 것 같다"며 "폭발성이 큰 물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농업용 비료인 질산암모늄은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원료로 사용되며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이 유출되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레바논 국민이 이 비극에서 회복하는 데 대해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레바논 정부가 원인을 계속 조사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에 대해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면서도 폭발의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무부 대변인도 "베이루트에서 있었던 폭발 관련 보도들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가능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대변인은 "국무부 차원에서 폭발의 원인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 "이번 사고로 피해를 당한 미국 시민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 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스라엘 관리들은 베이루트 폭발이 이스라엘과 관련이 없다며 공격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최근 국경지역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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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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