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지역의사만으로는 한계" … 코로나19, 고령화 대응위해 인력양성 배치 시급

코로나19로 전문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지역간호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역간호사제란 간호대학 정원을 확대할 경우 정부 책임하에 간호사를 양성하고 일정기간, 특정지역,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역간 의료불균형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 주도하에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 인력양성 제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OECD국가 평균보다 3.7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양성된 간호사 대다수가 수도권과 대도시로 진출, 지역간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는 여전하다.

오늘도 환자 곁으로│5월 12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가고 있다. 이날은 간호사의 사회공헌을 기리는 '국제 간호사의 날'로 영국의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태어난 날을 기념일로 삼았다.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국공립대학 중심, 특별전형으로 정원 늘려야" = 4일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을 내고 "지역의사만으로는 지역간 의료불균형과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며 "국가 책임 하에 지역간호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들은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 방역과 진료체계에서 간호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존재인가를 확인했다"며 "체계적·종합적 간호정책을 추진할 정규직제 간호정책 전담부서를 보건복지부에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증원할 경우 지역이나 공공의료에 필요한 수요를 분석해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특별전형과 같은 한시적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역간호사의 경우 장학금 지원 등 국가 책임 하에 양성되는 만큼 지역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기간 동안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보건의료정책은 지역사회의 공적 의료자원과 의료시설이 충분한 상황에서 다양한 기관이 상호 협력하고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지역의 간호사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수요를 근거로 지역의 공공의료기관 및 공중보건기관에서 종사할 지역간호사를 국가 책임 하에 양성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2년 차 간호사의 손│6월 26일 코로나19 전담 간호사의 손을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공개했다. 손의 주인공인 간호사는 "언젠가는 코로나19가 끝날 것이라 믿는다"며 "간호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보겠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적정 간호인력 배치가 환자사망률 낮춰 = 코로나19 장기 유행과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중증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은 열악하다.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OECD국가 평균보다 3.7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OECD국가 중 인구당 간호사가 가장 적은 국가인게 현실이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알수 있듯이 환자 대 간호사 배치 비율은 환자안전과 환자사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간호정책 관련 세계적 석학인 린다 에이킨(Linda Aiken) 박사는 "한국의 경우 간호사에게 환자 1명이 추가될 때마다 환자사망률이 5% 증가하고 간호사가 10% 증가할 때 환자사망률 9%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미국 내 51개 병원 1만5000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간호사 인력배치 수준이 높을수록 병원 감염률이 68%까지 감소한다는 연구(메디컬 케어, 2007)결과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의료기관에서 적정 간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은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8조(의료인 등의 정원) 별표5에 따르면 종합병원 병원 치과병원 의원 치과의원 모두 입원환자 대 간호사 비율을 2.5 : 1로 해야 한다. 단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5 : 1로, 요양병원은 6 : 1이다.

문제는 이를 지키지 않아도 어떠한 행정처분이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간호 3~4등급 이하는 법적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은 인력기준을 준수하고는 있지만 많은 중소병원들이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한간호협회는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와 질병구조 변화로 보건의료, 복지 및 지역사회 통합돌봄 분야에서 간호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하지만 간호 관련 내용이 다양한 법률과 관련 부서에 산재돼 있어 일관성 있는 간호정책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정책을 체계적·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규직제 간호정책 전담부서를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아영 김규철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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