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호 중 7만호가 재건축·재개발

공공재건축 참여 규모·대상 모두 미정

정부의 8.4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 발표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 반발에 실효성 논란까지 겹치면서다. 정부가 내놓은 공급 물량 태반이 추정치인 것이 확인되면서 숫자 맞추기가 낳은 예고된 논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 따르면 서울에 공급될 주택 물량은 약 11만 가구다.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물량으로 그간 제기된 공급 부족론을 잠재울 만한 수치였다.

정부는 5일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공공 고밀 재건축 사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63아트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중 절반 이상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숫자다. 빈 땅을 활용해 집을 지을 경우 몇 가구를 새로 지을 수 있는지 구체적 숫자가 나온다.

이번 발표의 중심인 재건축·재개발은 이와 다르다. 더구나 정부는 기존에는 없던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이란 새 방식을 도입했다. 해당 분야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공급량 추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으로 5만 가구, 공공재개발로 2만 가구 등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8.4대책 핵심인 서울 주택공급 물량 11만 가구 중 7만 가구가 추정인 셈이다. 이때문에 전체 공급물량도 사실상 허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대상인 아파트 93개 단지(26만 가구) 중 20%정도가 참여한다는 전제로 공급량을 추산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 자문과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집계한 수치라고 했다.

시장 반응은 다르다. 한 부동산컨설팅회사 관계자는 "주요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공공재건축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일부 참여할 곳이 있더라도 전체의 10%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공급량 숫자를 늘리려다 발생한 것으로 지나친 장밋빛 예측"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후속 대책도 실효성에 의심을 더한다. 공공재건축 50층이 이뤄지려면 이를 뒷받침할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 높은 층고로 인한 일조권 문제, 늘어난 가구 수로 인한 학교 증설, 인구 수 증가에 따른 도로·교통 문제 등 단순히 아파트 가구수만 늘리면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급 예정지를 둘러싼 지자체 반발도 계획 이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당 소속 단체장들이 임대 아파트 증가, 알짜부지 매각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과천시장은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상황을 두고 '예고된 논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 대책에 내몰리던 정부가 급조한, 그것도 물량 중심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주택공급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 간 입장 차가 크다는 것도 논란을 키운 요인이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임기 내 집값 급등을 두고 볼 수 없는 정부 입장과 이왕 할거면 확실한 공급대책을 세우자는 서울시 입장이 충돌하면서 공공재건축이란 개념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공급 중심 시장논리와 정치논리가 부딪히는 상황이 계속되면 부동산 문제 해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난개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 비롯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시절 오랜 시간 시민과 협의를 통해 만든 미래 서울의 모습이 근시안적 정책과 시장 부재에 따른 리더십 상실로 타격을 입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밀어부치기가 아닌 서울 미래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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