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구 조정안 구속력

신속한 피해구제 가능

한국은 부실펀드 배상 난항

부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피해자 배상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 분쟁조정이 활성화된 국가는 강제조정권을 통한 신속한 피해구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은 금융감독청(FCA) 산하에 금융분쟁조정기구인 금융옴부즈만서비스(FOS)를 두고 있으며 FOS가 제시하는 조정안을 민원인이 받아들이면 금융회사도 조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편면적(일방적) 구속력’이 발생한다. 호주 독일 일본 등의 국가도 금융분쟁조정기구에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은 당초 분쟁금액이 10만 파운드(한화 1억5000여만원) 이하 사건에 대해서만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했지만 15만파운드(2억3000여만 원) 이하 사건까지 금액을 늘렸다.

FOS는 매년 30만~40만건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편면적 구속력이 인정되는 조정결정은 10%인 3만~4만건에 달한다. 전한덕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조정결정이 매우 강력한 효력을 갖는다”며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해결기구의 권위와 실효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호주도 금융옴부즈만 제도를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호주 금융옴부즈만의 조정안은 ‘편면적 구속력’을 갖는다. 금액은 32만3500 호주달러(2억7700만원)로 영국보다 많다. 호주는 28만호주달러(2억1400 만원)에서 금액한도를 늘렸다.

우리나라도 조정제도에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회사에 금융당국 조정안을 강제할 경우 위헌(재판청구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금액 한도를 소액 민사소송 (3000만원 이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3000만원 이하로 기준을 정하면 부실 사모펀드 사태처럼 피해 규모가 큰 대형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편면적 구속력 행사가 어렵다. 영국·호주 등의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액한도를 정해야 신속한 배상이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분쟁금액이 5000유 로(약 700만원) 이하에 한해서만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하지만 그 이상의 금액에 대한 조정안도 금융회사가 대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옴부즈만의 권고가 법적 판단에 기초해 내려진다는 점에서 소송을 해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피해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권고했지만 판매사들이 수용을 미뤄 배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 '사모펀드 피해구제' 해법될까"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