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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산재 후진국 탈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③ '제2의 김용균'만은 막자]

지난해 제조업 산재사망자 32% '끼임사고'가 원인

노동자 안전의식은 기본, 사업주 의식전환 절실 … 안전설비 투자 확대해야

등록 : 2020-08-07 11:25:23

#1. 2018년 고 김용균씨는 발전소를 돌며 컨베이어벨트 작동 현황을 살피고 기계에 떨어진 낙탄을 치우는 업무를 맡았다. 작업자가 낙탄 제거 중 기계에 끼일 경우 기계를 멈춰줄 사람이 필요했기에 노동자들은 '2인1조' 근무를 요구했다. 하지만 요구는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늦은 밤 혼자 점검에 나섰던 김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지 4시간여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3일 검찰은 김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지 20개월 만에 원·하청 대표를 포함한 16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양벌규정에 따라 원청과 하청 법인 2곳도 함께 기소됐다.

#2. 5월 강원도 한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합성수지 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사고 발생시간은 오전 9시 25분쯤으로 추정되지만 약 2시간 동안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3. 지난해 5월 전기수리원 B씨는 부산 강서구의 한 하수처리시설 공사현장에서 전선작업을 했다. 문제는 B씨가 탑승한 '고소작업대'가 갑자기 위쪽으로 튕겨져 오르면서 발생했다. 그는 작업대 난간과 천장 구조물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당시 작업대가 너무 높게 올라가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해놨지만 그중 일부 전선이 절단돼 있었다.

'산재사망 처벌강화'│지난 4월 27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공동캠페인단 주최로 '2020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전국 곳곳의 산업현장에서 컨베이어 작동을 정지시키지 않은 채 롤 부분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말려들어 사고를 당하거나 안전장치가 없는 자재 운반용 리프트에 탑승했다 리프트 바닥과 건물 사이에 끼는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기계의 움직이는 부분 사이 또는 움직이는 부분과 고정 부분 사이에 신체가 끼이거나, 물리거나, 말려들어 발생하는 재해를 '끼임재해'라고 한다.

끼임재해는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중 1/4이 넘을 정도로 빈번하다. 지난해 제조업 산업재해자 2만9274명 중 끼임사고가 원인인 재해자는 7701명(26.3%)이었다. 2018년에는 2만7377명 중 7821명(28.64%), 2017년 2만5321명 중 7889명(31.2%)이 사고를 당했다. 제조업분야만 보더라도 지난해 전체 사망자 206명 중 66명(32.0%)의 사고원인이 끼임이었다. 2018년에는 217명 중 75명(34.6%), 2017년에는 209명 중 64명(30.6%)이 끼임사고로 사망했다.

6일 서산지원 앞에서 김용균Tl 어머니 김미숙 씨가 "법원은 검찰 기소가 실질적인 처벌로 이뤄질 수 있도록 재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락 다음으로 사망률 높아 = 끼임사고는 제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분야에서 사망률이 높은 사고유형이다. 고용노동부(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사고로 인한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9만4047명이다. 이 중 855명이 업무상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재해유형별로는 추락(347명, 40.6%) 끼임(106명, 12.4%) 부딪힘(84명, 9.8%)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안전보건공단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끼임 사망사고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끼임사고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기계나 설비를 정비 청소 수리 하는 등 '비정형작업'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형 작업이란 작업조건 방법 순서 등이 표준화된 일상작업에 비해 갑자기 발생하는 수리 정비 청소 등의 작업을 말한다. 비정형작업 중 끼임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우는 기계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다. 특히 전원을 끄고 작업 중이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를 재작동 시키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도 △기계 기구 설비의 주 전원 미차단 상태에서 작업 △롤 동력전달부 등 회전체 인근에서 이뤄지는 점검 작업 △전원 차단 후 작업시 다른 노동자의 전원투입 △컨베이어, 산업용 로봇 등 자동으로 운전되는 설비작업 등을 끼임 사고 위험 포인트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끼임사고를 줄이기 위해 청소·점검·정비·이물질 제거 시 주 전원을 차단하고 조작금지 표지판을 설치할 것을 조언한다.

한 소규모 사업장이 설치한 맞춤형 안정장치(노란색 부분) 모습. 사진 장세풍 기자

◆과감한 안전투자가 무재해로 이어져 = 전문가들에 따르면 끼임사고는 안전작업 절차 이행 등 노동자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대표적인 재해 중 하나다. 사업주 스스로 끼임이 가장 빈발하는 산재라는 점을 인식하고 기계·설비에 대한 근본적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안전설비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다른 산재사고와 마찬가지로 끼임사고도 소규모 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제조업종에서 총 632명의 사고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중 5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474명(75.0%)이 사망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제조업 전체에서 끼임사고로 205명이 사망해 가장 많았다. 이중 150명(73.1%)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끼임사고로 사망했다.

전문가와 사업주들에 따르면 고용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문의할 경우 의외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업주 의식변화와 노력에 정부지원이 더해지면서 무사고를 이어가는 기업들이 많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소재 A사는 산재 안전지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업장이다. 생산현장은 전단기 프레스 절곡기 지게차 등 끼임사고 원인이 될 수 있는 설비들로 가득한데도 안전사업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나 자신이 안전담당자라는 생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안전장치를 갖춘 설비는 기존 장비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산재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 물적 비용을 고려하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A사에서 설치·운영 중인 안전형 신형 프레스 1대 가격은 회사의 기존 장비 200대 가격과 비슷하다. 회사는 고가장비 구입에 대한 고민을 정부지원을 통해 해결했다. 이 회사는 정부가 안전보건공단을 통해 지원하는 '산재예방시설자금 융자지원 사업'을 이용했다. 사업장당 10억원 이내에서 지원 가능하며 저금리에 장기상환이 가능하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해 산재예방시설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면서 "공단에 문의하면 업체상황에 맞춰 산재예방과 관련한 자금 세제 행정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안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장 서비스 무상지원 = 특히 안전보건공단은 안전관리 여력이 부족한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대상으로 안전관리서비스를 제공해 사업장 내 안전관리체제가 구축되도록 '자율안전관리 밀착지원'을 추진한다. 사업장들은 통상 노동자들의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관리업무 담당자를 고용하거나 위탁을 맡긴다. 하지만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열악한 환경으로 안전관리를 취하지 못해 사망사고가 높다.

지원대상은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 중 최근 5년간 사고사망자 분석결과를 반영해 재해발생 위험도가 높은 약 4700곳이다. 안전관리서비스는 무상이다.

이들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전문기관이 방문해 △정기밀착지원 △원-포인트(One-point) 기술지원을 제공한다. 정기밀착지원을 위해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사업장에 방문해 △ 위험성평가 등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업무 △ 끼임 등 제조업 사고사망 핵심위험요인 파악 및 개선 △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 등 자율안전관리 능력향상을 위한 지원 업무 등을 점검한다. One-Point 기술지원은 정비·보수작업 등 사고사망 발생위험이 높은 작업시기에 방문해 작업 전 현장교육 및 기술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여력이 부족하고 사고사망 재해 비중은 높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사업장 내 안전관리체제가 구축되고 노동자의 생명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재 후진국 탈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연재기사]

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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