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제보자에 2차 가해행위 … 비위 중해"

동반가족 부적절 행위 방치도 징계사유

해외 공관에서 관저 자산을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 '갑질' 논란으로 징계처분 받은 전 대사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1·2심 모두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외교관은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직후 대법원에 상고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이원형 부장판사)는 서아시아 한 국가의 전 대사인 A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감봉과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5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B국 주재 한국대사로 근무한 A씨는 관저 요리사 등 직원들의 휴무를 제한하거나, 공관 기사에게 개인 차량을 운전하게 하는 등 이른바 '갑질'로 징계를 받았다.

외교부 조사 결과 A씨 부인도 쇼핑이나 골프 등 사적인 용도로 공관 차량을 사용하고, 관저 직원들에게 머리 손질을 받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자 A씨는 제보자에게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해 논란이 커졌다. 또 공관 직원들을 불러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을 말하게 하고 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직원들에게는 '(외교부) 장관에게 당신들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하도록 자료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자신에 대한 외교부의 징계가 의결되자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했고, 이에 대한 후속보도가 이어지자 아이디가 해킹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2018년 두차례에 걸쳐 A씨에게 감봉 1개월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A씨는 징계에 문제가 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 1심 재판부는 A씨의 비위사실이 모두 인정되고 외교부의 징계는 오히려 기준보다 낮은 처분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부당하게 이용해 공관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하고, 공관 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서도 A씨는 자신은 물론 아내도 갑질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내의 행위로 자신을 징계하는 것은 연좌제라는 취지로 외교부 징계의 부당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면서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한 욕설과 관련해 A씨는 SNS 해킹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해킹을 주장하면서도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도 아래 이전 로그인 기록을 삭제하고, 수사의뢰 등을 핑계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하면서 수사의뢰 여부에 대해 허위진술을 했다"며 "감사관실에 SNS 접속기록과 무관한 자료만을 제공해 징계사유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A씨는 외교부의 징계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첫 징계처분을 받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제보자들에게 보복성 2차 가해행위를 하기까지 했다"며 "비위행위 정도가 중하고 비난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분이 언론에까지 보도돼 외무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심하게 실추됐다"며 "징계처분을 통해 공직기강 확립이나 외무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등의 공익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외공관장은 동반가족에 대해서도 품위와 위신을 유지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동반가족의 부적절한 행위를 방치하거나 두둔한 이상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재외공관장을 징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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