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김부겸 2파전으로 굳어지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선거에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뛰어든 이유가 회자됩니다. 친문 성향의 박 의원이 갑자기 출사표를 던진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민주당 의원들의 일관된 전망은 ‘1등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왜 출마했을까

박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정 중심이 아닌 변화, 역동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얘기에 더 귀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586’이후의 ‘40대 리더’로서 자리를 잡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그는 73년생으로 47세입니다. 실제로 친문계열의 초재선 의원들이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이낙연 의원이나 김부겸 전 의원을 차선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친문쪽에서 자신들의 후보를 낸 것입니다.

박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모두 잃을 수도 있는 출마’라고 했습니다. 왜 그런 모험을 했을까요. 박 의원의 출마는 ‘당선’보다는 ‘출마를 해야만 했던 이유’에 무게를 둔 행보로 보입니다.

친문 권리당원에 달린 성적표

관심은 박 의원의 성적표입니다. 친문계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당내에서 호불호가 매우 강한 성향으로 1위를 위협하는 지지를 받아 내긴 어려워 보입니다. 당대표의 체급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목표치는 두 자릿수인 ‘20% 달성’으로 보입니다. 20%선은 ‘유의미한 성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 의원과 측근들은 친문성향의 표로 최소 ‘10%선’은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당대표 선거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5%로 결정됩니다. 대의원들은 ‘당’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주류나 비주류 등 계파보다는 상대적으로 당의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는 거죠.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유리한 대목이기도 합니다.

권리당원 표심은 적극성이 강한 친문성향의 좌표찍기에 상당히 좌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라인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목적’이 분명한 권리당원만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의원이 주로 기대하는 유권자입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인지도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 의원이 이낙연-김부겸에 크게 밀리지 않는 부분입니다.

당대표가 아닌 친문의 세력화

박 의원의 최종 성적표가 2등일 것이냐, 3등일 것이냐는 친문성향의 표심이 어느 쪽에서 나올 것이냐와 연결돼 있습니다.

박 의원 출마 전에는 많은 친문 표심이 대세인 이 의원에 많이 쏠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게서 일부씩 빠져나오겠지만 이 의원쪽에서 더 많은 이탈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박 의원의 움직임엔 친문의 고민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친문은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당대표후보도 내지 못했습니다. 인재풀 자체가 매우 빈약한 셈이지요.

2021년 4월 재보궐선거-2022년 3월 대선-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자력으로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구도입니다. 대리전을 치를 수밖에 없는 거죠. 당내 친문에서는 2년전 최고위원선거에서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1위로 올려놓은 ‘박주민’을 정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는 ‘위기감’이 감지됩니다.

박 의원이 김 전 의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지지율을 확보한다면 친문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10%대의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친문의 분화’가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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