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성범죄 의사 면허취소 등

사회적 공감대 높았지만 20대 국회서 결국 폐기

김남국·안규백·박주민 의원 등 입법 재시도

최근 집단휴진 사태를 거치며 의사 윤리가 논쟁거리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국회에서 추진됐다가 의사단체의 반대 속에서 불발된 법안들이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사회적 공감대가 높았던 일부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어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5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토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의사들은 왜" |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본관 입구에 의료정책에 대한 유인물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안면윤곽수술을 받던 환자가 과다출혈로 숨지는 이른바 '권대희 사건' 이후 수술실 의료사고 은폐, 무자격자 대리수술, 수술실 성범죄 등이 잇따라 파문을 낳으면서 환자 안전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2018년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91%가 CCTV 운영에 찬성할 정도로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의료분쟁 증거로 사용될 경우 의사들이 고위험 수술을 피할 것이며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다.

이 법안은 발의 바로 다음날 공동발의한 의원 10명 중 5명이 발의를 철회하면서 '없던 법안'이 될 뻔 했다. 의사단체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 의원은 일주일 후 다시 의원 15명의 서명을 받아 재발의했지만 결국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 폐기됐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제한토록 하는 법안은 여야를 떠나 여러 차례 추진됐다. 마취상태의 여성환자를 상습성추행한 의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공분을 낳으면서다. 그러나 이들 시도는 번번이 의사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사라졌다.

2016년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성범죄로 벌금 이상 형을 받으면 면허를 일정 기간 제한·취소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도 같은 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10년간 정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의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당시 최대집 의협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정신나간 짓거리" "어떤 놈의 XX들이 국회의원이라고 이따위 법을 내놓고 있다"는 폭언을 했다. 해당 의원실들은 의사들의 항의전화와 문자폭탄으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의사면호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고 이후 처분 내용을 공표토록 하는 안을 발의했다.

이밖에 '음주 후 수술' 처벌, 무면허 의료행위 관여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들도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21대국회 들어서는 김남국·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 7월 수술실 CCTV 설치 운영과 녹화 영상 보호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지난 7월 성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5년 이후부터 재교부받을 수 있게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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