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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공직자후보 재산등록 '사각지대' 드러나]

재산고지 거부해도 제어장치 없다

고지허가 신청 등 절차 이뤄지지 않아 … 중앙선관위 '심사'규정, 활용 안 해

비상장주식·부동산 가격 기준 정비 필요 … 재산공개 기준도 같게 맞춰야

등록 : 2020-09-16 11:12:14

공직자 후보들의 중앙선관위 재산신고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고지를 거부할 수 없는 직계존비속에 대해서도 거부하거나 누락해도 이를 제어하거나 사후에 검증할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비상장주식이나 주택, 토지 등 부동산에 대한 공직자 재산등록 기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 모 초선의원은 페이스북에 최근 경제정의실천연대(경실련)의 국회의원 재산분석 리포트에 대해 "후보 시절에는 부모님 재산을 독립생계유지를 이유로 고지거부 하였고, 당선 후에는 고지거부를 하지 않아 부모님 재산이 합산된 결과"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고지거부를 하지 않아 재산이 많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오해를 일으켰는데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발표해 버렸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재산 신고 당선 전후 1700억원 차이 | 경제정의실천연합 윤순철 사무총장(왼쪽 두번째) 등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사무실에서 21대 국회의원들의 재산 신고가액 비교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공직후보자의 신고재산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은 20대 국회의원들의 선관위 등록 때와 당선 후의 재산 신고 내역을 비교분석한 결과 1700억원의 차이가 난다며 선관위 허위 신고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그는 "후보자 재산신고는 직계가족 재산 고지거부에 별다른 조건이 없지만, 국회의원 재산신고의 경우 소득기준 조건이 있어서 월 179만원 이상 고정 수입이 없는 직계가족은 고지거부를 못하게 되어 있다"며 "반면 고액 자산가나 월 179만원 고정 수입이 있는 부모는 고지거부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부모님이 가난할수록 신고 의무가 생기는 구조"라고 했다. "부모님의 월 고정수입이 179만원이 되지 않아 부모님 재산도 신고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후보자 때보다 국회의원이 된 지금 재산이 더 불어난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고도 했다.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는 '공직자윤리법 제 12조제4항에 따라 고지거부 허가를 받은 직계존속, 직계비속의 경우에는 V표시를 해 달라'고 돼 있다. 피부양자가 아닌 사람은 중앙선관위 공직자윤리위원회 허가를 받아 재산신고사항의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지거부 허가 요청과 심사가 별도로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공직후보자의 재산신고때의 고지거부는 등록하는 후보자 임의로 진행돼 왔다고 할 수 있다.

재산증감과 관련한 또다른 논란은 비상장주식과 토지 주택 등 부동산 가격 기재 기준의 불명확성이다. 비상장주식의 경우엔 액면가와 회사가치를 포함한 금액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부동산은 개별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기재하되 둘 중 어느 하나를 알 수 없거나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엔 다른 하나의 가격을 기재해야 하지만 사실상 선택사항이다. 이러한 부정확한 기준은 결국 비교, 분석을 어렵게 만들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후보등록때 낸 재산내역은 전혀 검증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후보가 '임의'로 작성해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공직자윤리법 10조2 3항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재산신고사항을 심사하여 심사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행된 적은 없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공직자윤리위가 후보자들의 재산신고를 심사하고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임의규정이므로 지금껏 심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심사가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했다. 그는 "선거기간에는 선거관리에 주력하는 게 선관위의 임무인데다 후보자들이 대거 등록을 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어렵다"면서 "또 후보들이 단순히 재산등록서류에 기재해 제출하고 증빙자료는 내지 않고 있어 실질적으로도 검증작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또 "2002년 3월이후 후보들의 재산공개를 하고 있는데 당시엔 유권자들에 의해 검증하는 게 더 낫다는 취지가 담겨있었다"며 "공개 자체에 의미를 뒀다"고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법을 고쳐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입장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입법안을 내놓으면 중앙선관위 입장에서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의견을 낼 수는 있다"면서 "제도개선은 법 개정으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후보시절의 재산공개 기준과 공직자 재산공개 기준을 같게 만들어야 비교가 가능해지고 오해의 소지도 없어질 것"이라며 법 개정 등에 앞서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한편 공직후보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선거가 끝나는 대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삭제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법 규정 역시 고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직자들의 공개된 재산은 공보 등을 통해 언제든 열람이 가능한데 반해 사실상 공직자로 인정받는 공직후보자의 재산은 비공개로 전환한다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권자들의 검증기회를 박탈한다는 지적이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공직후보자들도 사실상 공직자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된 재산을 선거가 끝나는 대로 비공개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유권자들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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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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