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져 … 시민단체, 경찰청장 면담 요청

“경찰이 강압수사 반성 않고 보복성 수사”

경찰의 강압수사 정황이 담긴 진술녹화 영상을 언론에 제보한 변호사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보복성 수사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변호사단체는 물론 시민단체들이 나서 경찰청장 면담을 요청하는 등 반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16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이주인권센터 등 39개 단체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압수사를 공익제보한 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보복성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공익제보를 장려해야 할 경찰이 공익제보자를 고소한 행위는 공익제보를 위축시키고 공익인권활동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강압수사를 하고도 반성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당한 변론과 공익제보 활동에 보복적인 행동을 취한 경찰을 규탄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경찰청장과 면담을 요청하면서 기소의견 철회를 요구했다.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경찰의 강압수사를 언론에 제보한 최 모 변호사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지난 2일 서울 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최 변호사는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였던 외국인 노동자의 변호를 맡았다. 당시 경찰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 신문과정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 영상에는 경찰관 A씨가 123회에 걸쳐 ‘거짓말하지 말라’고 외국인 노동자를 다그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 변호사는 이 영상을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 처리 없이 지난해 5월 KBS에 제보했다. KBS는 이 영상을 바탕으로 ‘경찰, 외국인 노동자 강압수사’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강압수사 논란이 커지자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양경찰서장 등에게 주의조치와 재발방지 노력 등을 권고했다.

그런데 영상에 담겨 있던 해당 경찰관이 KBS 기자와 최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경찰은 기자에 대해선 불기소 의견으로, 최 변호사에 대해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 변호사)는 기소 의견 송치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변호인에 대한 불법적인 탄압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 권한 강화가 또 다른 인권침해를 불러오는게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경찰의 강압수사행위에 대하여 인권위원회도 '인권침해'로 결론 내리고 경찰에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면서 “경찰청장은 보복성 수사에 대해 사과하고 고소의견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최 변호사 기소 의견 송치에 대해 ‘보복성 수사’가 아니었다는 원칙적 입장만 거듭 밝히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변호사단체 등을 직접 찾아가 일부 오해가 있던 부분에 대해 설명을 드렸다”면서 “사실관계 확인 및 법리 검토를 거쳐서 영등포경찰서에서 판단한 사안이라는 점과 보복성 수사가 아니라는 점도 충분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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