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상고기각 … 1001억원 중 '책임제한' 조항 따라 일부만 인정

원전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하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위조한 시험평가 성적서로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에 135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확정됐다.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은 1000억여원에 달한다고 판단했지만, 납품계약 조건 중 '책임 제한' 조항에 따라 일부 금액만 인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JS전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원자력기기 성능 검증업체인 S사와 S사 임직원들에겐 JS전선과 공동으로 7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JS전선은 2010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신고리 3·4호기에 케이블을 납품하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위조하고 열노화 처리를 하지 않은 이른바 '생케이블'을 납품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원자력 기기 검증기관인 S사는 JS전선이 불량 케이블을 한수원에 납품할 수 있도록 시험 성적서를 위·변조해 준 사실도 확인됐다. 범행을 주도한 JS전선 상무와 S사 실무직원 등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2013년 11월 JS전선이 신고리원전 3,4호기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했다며 JS전선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한수원은 소송 당시 신규케이블 구매금액 110억원, 케이블 교체공사비 859억원, 전기판매 손실액 청구분 295억원 등 1264억원에 더해 전기판매 손실액과 불량케이블 교체비용 등 총 1조66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손해배상 소송은 JS전선과 S사, 각 업체 업무담당자 등이 대상이다.

1심은 JS전선이 계약 조건에 미달하는 케이블을 납품해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다며 13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한수원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중 70억원은 S사와 당시 두 회사의 간부 5명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지급하도록 했다.

1심은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성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시험계획서와 시험성적서의 기재된 바와 달리 제작된 케이블을 마치 정상적인 성능을 갖추고 시험계획서와 시험성적서대로 제작된 케이블인 것처럼 한국수력원자력을 기망했다"고 판단해 납품업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케이블 재시험 비용과 대체 케이블 구입비용, 케이블 교체 공사비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그 범위가 1001억여원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공급자의 계약상 총 책임은 계약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납품계약 조건의 '책임제한' 조항에 따라, 납품업자들이 부담할 손해배상 책임은 계약에서 정한 대금 134억여원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봤다.

JS전선을 제외한 다른 납품업자들에 대해서는 "허위 납품 등 피고들의 불법행위에는 납기 지연을 우려한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등의 부당한 압력 행사가 원인이 되었고, JS전선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불법행위로 개인이나 회사 차원에서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7%로 제한했다.

한수원은 "계약상 책임을 제한하는 규정일 뿐 불법행위 책임까지 제한하는 규정은 아니다"며 손해배상금에 케이블 해외 운송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항소했지만, 2심은 한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이든 '고의가 아닌 불법행위'이든 원칙적으로 책임 범위가 총 계약금액에 한정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한수원은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금도 가산해야 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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