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중거리미사일 가능성" … 평양 미림비행장에 보관시설 신축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앞두고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새로 설치한 대형 보관시설이 포착됐고, 이에 따라 북한이 열병식에서 중거리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북한과의 외교 전망'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대담에서 북한이 다음달 10일 열병식에서 "뭔가 큰 것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2주년 열병식에서 중거리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공개할 것이란 미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왔다.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의 모습. AP=연합뉴스


판다 연구원은 북한이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과 65주년 열병식 등 과거 5년 단위 기념일마다 KN-1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0호 등의 전략무기를 선보인 전례를 근거로 들었다.

판다 연구원은 "새 전략무기를 보여주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고와 5년 단위 기념일마다 우리가 목격한 것들을 고려하면, 북한이 가장 조용했던 2년 동안 전략핵 체계와 관련해 작업한 것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아마도 북극성-2와 같은 고체연료형 중거리 미사일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김일성 광장을 행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최근에 공개한 위성사진에서 대형 미사일 발사대를 보관할 수 있는 임시 설비가 다수 포착됐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번 열병식이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전세계에 질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양적인 측면에서도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정보통신 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 마틴 윌리엄스 대표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최근 위성사진 분석 결과 미림비행장 내 대형 보관시설을 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윌리엄스 대표는 지난 4일 촬영된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대형 보관시설 두 곳이 불과 열흘 만에 새로 들어선 것을 관찰했다면서 "보관시설 건축 기간이 2주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으로 볼 때 다음 달 행사를 위한 임시시설인 것 같다"고 RFA에 말했다.

그는 두 시설이 길이 35m 규모로 북한이 2017년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의 22m에 비해 상당히 크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도 북한이 올해 열병식에서 최신 무기를 선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RFA에 말했다. 다만, 데이비스 연구원은 북한이 시험 중이거나 미완성된 무기를 열병식에 내보내지 않는 특성상 신형 전략무기 공개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판다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대북 선제 정밀타격 논의에 반대한다면서도 "북한이 만약 올해 열병식에서 대규모 미사일 능력을 과시한다면 이러한 논의의 계산법이 바뀌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를 고려할 때 대북제재로 북한을 천천히 압박하면 유리한 협상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미국의 계산이 틀릴 수 있다는 염려도 나왔다.

판다 연구원은 "시간은 우리 편이고 대북제재가 핵무기에 관한 북한의 전략적 계산을 바꿀 때까지 계속 기다려보자는 것은 위험하고 나쁜 도박"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북한은 더 많은, 더 나은 무기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국가정보국(DNI) 북한정보담당관도 "시간은 점점 더 그들의 편이 될 것"이라며 지난 2016∼2018년 대북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북한이 지난해 다양한 제재 회피 수단으로 상당한 수익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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