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 결렬 이후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등을 막기 위해 기간산업안정자금 2조4000억원 지원이 곧바로 결정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중심의 채권단 관리 하에서 재매각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이라는 업종의 특성과 국적기라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놓지 못하는 기업입니다. 매각협상 결렬의 최종결정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서 사실상 ‘추인’을 받고 향후 구조조정의 방향 등도 산업은행이 사실상 정부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구조입니다.

책임감 부족한 산은 구조조정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산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에서 또다시 산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의 선봉에 서게 됐습니다. 구조조정은 강한 책임감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추진력 있게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산은은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서 책임감이 부족해 보입니다.

산은이 구조조정을 맡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산경장 회의에서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외관상 산은은 주요 의사결정자가 아닙니다. 산경장 회의도 의사결정에 책임을 지는 의결기구가 아닙니다.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사명감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플랜B만 봐도 그렇습니다. 산은은 매각결렬에 따른 향후 구조조정을 신속히 진행해 재매각을 추진해야 하지만 일단 기안기금 투입 후 지켜보자는 취지 같습니다. 재무적 구조조정의 원칙인 출자전환과 대주주 무상감자 등의 절차는 일단 보류한 상태입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 부행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감자 여부는 올해 말 회사 재무 상태와 채권단의 경영권 지분 확보 여부, M&A 재추진 여부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상당 기간 경영 컨설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속한 구조조정 후 재매각해야

금융권의 한 구조조정 전문가는 “외국은 정부가 항공사를 일시적으로 인수해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시장 인수자에게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꺼리고 있는데, 책임을 떠안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지분인수 후 경쟁력을 높여서 재매각에 나서야 하지만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말입니다. 보수성이 강한 은행이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구조조정업무가 시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은행과 구조조정’은 태생적으로 맞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동걸 산은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배경에는 이 회장의 구조조정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산은의 구조조정 능력을 비교할만한 대상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산은의 구조조정 업무에 대해 “어려워진 기업에 계속 돈을 태운 것 밖에 없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산은은 구조조정업무를 시장에 맡기기 위해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산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대우건설 구조조정을 맡은 지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문제는 연임에 성공한 이동걸 회장이 임기동안 책임감 있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 됐습니다. 기안기금 투입으로 한동안 유동성에 여유가 생겼다고 대외 여건의 개선(코로나19 종식 이후)을 기다리기 보다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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