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의혹을 둘러싼 공방으로 한 주를 소모했다. 여야 모두 상처만 남겼다. 특히 맷집좋은 거대여당보다 '소수야당'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커졌다.

당초 추 장관의 돌출 언행으로 불붙은 진실게임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주도했다.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새로운 제보와 자료를 공개하며 추 장관 측 주장의 틈을 파고들었다. 보좌관의 전화, 휴가명령서 늑장 발부, 당직사병과 추 장관 아들의 통화 등 여러 정황이 드러났고 여론도 반응했다.

그러나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진실게임'이 '정치공방'으로 확전된 탓이다.

불을 댕긴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까지만 해도 추 장관 개인을 겨냥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14일에는 "법무장관 불공정 특혜 논란의 최종 종착역은 대통령"이라며 현 정권 전체를 향해 깃발을 들었다.

원내는 정쟁적 현안을 맡고 지도부는 거시 정책 화두를 던지며 대안야당 이미지를 만들던 그간의 '역할분담'이 깨졌다. 협치의 공간도 좁아졌다.

그동안 4차 추경, 2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독감 예방접종 등을 앞서 제시하며 애써 잡았던 민생경제의 키를 스스로 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 기간 내내 거의 모든 의원들이 추 장관에게 달라붙으면서 공방은 '이전투구'가 됐다. 사실관계는 뒷전이고 '황제복무' '탈영' '야비하다' 따위의 수사들이 난무하면서 피로감이 쌓였다. 일부 의원들은 성긴 질의를 던졌다가 거꾸로 추 장관으로부터 모욕에 가까운 반격을 당하기까지 했다.

물론 '전리품'이 없진 않았다. 의혹 제보를 한 청년을 범죄자로 몰고,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하는 여당의 '공감능력'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여당의 감점요인이지 국민의힘의 가점요인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추 장관 사퇴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는 조사결과(리얼미터 15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이 같은 국민의힘의 여론전이 일반 중도층을 설득하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추 장관 의혹을 '추석 밥상'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의힘 일각에서 들린다. 기소된 윤미향 민주당 의원으로 타깃을 옮겨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런 식이어서는 밥상에 올라갈 게 '역시나 정쟁뿐인 야당'이 될 듯 하다. 대선과 직결되는 재보궐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이후에 뭘 국민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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