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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인터뷰│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마스크처럼 체온계도 일상화 될 것"

전 가구에 체온계 지급

등록 : 2020-09-28 11:11:17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앞으로는 마스크처럼 체온계가 일상화 될 겁니다."

김미경(사진) 서울 은평구청장은 "감염병으로부터 나와 이웃을 지키는 최선의 방역은 예방"이라며 "외출 전 집에서 발열체크를 하는 것은 마스크·손씻기와 함께 강력한 감염병 예방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이 은평구 전체 21만 가구에 체온계를 나눠주게 된 것은 방역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 때문이다. 은평구는 지난 광복절집회 이후 곤혹을 치렀다. 집회 이전 6개월 동안 78명에 머물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8월 15일 이후 한달새 155명이 늘었다. 검사자 수가 급증했고 가족 간 전염이 확산됐다. 심각한 방역 상황에 현장으로 뛰어간 김 구청장에게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들려준 이야기는 발열 체크의 어려움이었다. 방역 당국은 열 나면 외출하지 말라고 하지만 정확한 체온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열을 재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대형 건물을 찾아간다는 이들도 있었다.

논란이 없진 않았다. 수요 조사없이 모든 세대에 체온계를 나눠주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부터 요새 잘 쓰지 않는 접촉식 체온계를 나눠줄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김 구청장 생각은 달랐다. 은평구는 전 가구 체온계 지급 사업에 15억5000만원을 썼다. 구는 지난 2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3만5000여명에 대해 선별검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자가격리된 사람만 4만8000명에 달한다. 검사 비용, 역학조사와 치료비, 여기에 1000여곳이 넘는 종교시설 방역과 1인당 10만원에 달하는 자가격리자 생활물품 지원까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투입된 구 예산만 줄잡아 100억원이 넘는다. 주민들이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정확한 발열 여부를 체크, 자신과 이웃의 감염을 사전에 차단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편익이 훨씬 크다는 게 김 구청장 판단이다.

접촉식 체온계 정확도가 거론됐지만 이는 예상과 반대다. 공공기관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비접촉식 체온계는 측정 편의를 위한 것으로 접촉식 체온계에 비해 정확도가 높지는 않다는 것이 의료계 의견이다.

체온계 활용성은 또 있다. 김 구청장은 "코로나 뿐 아니라 모든 병의 첫번째 체크 단계는 '발열 여부'"라며 "온 가족이 체온 측정 습관을 들이면 코로나 뿐 아니라 감기 등 다른 인플루엔자 감염 및 확산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자가 많은 지역 여건도 정확한 발열 체크의 필요성을 높였다. 은평구는 감염에 취약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7.4%를 차지한다. 실제로 체온계 배부 이후 정확한 체온을 잴 수 있어 외출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어르신들 인사가 많아졌다.

은평구는 지난달 임산부나 영유아 가정에서 감염 걱정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아이맘 택시를 선보였다. 임산부와 12개월 이하 영유아 동반 가정이 병·의원을 방문할 경우 1일 2회, 연 10회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미경 구청장은 "방역당국 통제망 밖에 놓인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가 은평구에만 28% 이상"이라며 "작은 체온계 하나가 가족 건강은 물론 지역 전파를 줄이고 나아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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