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관리에 방점

북미대화 복원도 의식

북한이 27일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뒤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의 시신을 남측이 수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했다며 경고를 하면서도 남북 간 '신뢰와 존중'을 다시 언급하며 수위조절을 해 주목된다.

경제적 곤란과 북미관계 불확실성이라는 안팎의 어려움 속에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방지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북미대화 채널 복원의 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으로 남측이 지난 25일부터 여러 함정과 선박을 수색작전으로 보이는 작업에 동원해 자신들의 해역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남 항의 와중에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북과 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훼손되는 일이 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대책들을 보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북한의 대남 메시지 명의가 대남사업부서인 통일전선부나 군 등이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라는 비교적 중립적 형식을 취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이 대내외 상황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대북제재 장기화와 코로나19 확산에 더해 8∼9월 장마와 태풍으로 수해까지 덮친 3중고에 처했다.

외부적으로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끌어온 협상과 북미관계는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로 교착 상태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차기정부를 이끌 대통령이 트럼프일 수도, 바이든일 수도 있다.

북한은 이처럼 안팎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악화 리스크까지 키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걸로 보인다. 최근 남북 정상이 코로나19 관련 친서를 주고받았다는 점도 북한이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로 최고조에 달했던 남북 긴장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음을 방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2018년 수준으로 완전히 복원하지는 않더라도 남북 간 합의 이행 분위기를 연내 조성하고 남쪽과의 네트워크를 복구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북관계 악화가 북미관계 상황관리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점을 살핀 점도 적지 않아 보인다.

남북간 긴장과 충돌이 고조될 경우 미국은 한미공조를 중심에 둘 수밖에 없어 대북압박을 강화하게 되고 차기 미국 행정부와의 대화협상 재개는 어려워진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의 입장에선 11월 미 대선 전까지 어떤 형태로든 북미대화 채널 복원을 해놓아야 한다"면서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던 사전에 대미관계 대응 방침을 수립한 뒤 이를 바탕으로 내년 1월 당대회를 개최하려는 게 북한의 의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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