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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추석앞둔 자동차 부품사들 ‘시름’

“8월급여 아직 지급못해”

담보 제공해야 겨우 대출

2·3차 협력사 더 어려워

등록 : 2020-09-28 11:44:15

#자동차 변속기 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 직원들의 8월 급여를 아직 지급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됐던 4월부터 지금까지 급여가 제때 나간 적이 없다.

#자동차시트 스위치를 제조하는 B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 추석상여금을 못준다. 경기가 좋을 땐 기본급의 50%, 경기가 안 좋아도 30만~50만원씩 쥐어줬었다.

#차체를 생산하는 C사는 시중은행에 약 70억원의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공장부지를 담보로 제공한 후에야 대출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돼온 경영위기가 막다른 골목에 직면한 모습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3~5월 일제히 셧다운(공장 가동중단)에 들어갔었다. 이후 생산이 급감했고, 판매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한국GM 1차 협력업체 D사 대표는 “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에 납품한지 두달 후 대금을 받는다”며 “따라서 셧다운 영향을 받은 5~7월엔 부품업체도 매출이 거의 없었고, 생산·판매가 정상화되지 않아 경영난이 누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완성차업체들에게 받은 대금은 기본 운영비를 제외하고 2차 협력업체에 내려주기 급급하다”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2·3차 협력사는 더 어렵다. 1차 협력사에 변속기 부품을 납품하는 A사 자금담당 부장은 “8월 급여가 9월 15일 나가야 하는데 아직 지급하지 못했다”며 “4월 이후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간부들이 1차 협력사를 찾아가 하소연하고 있는 중”이라며 “밀린 대금을 못받으면 부품 추가공급이 어렵다고 으름장 아닌 으름장을 놓으며 간청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완성차 2차 협력업체인 명보산업은 경영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6월 사업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울산에는 현재 매물로 나온 자동차 2·3차 협력업체만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위기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부품 한 개라도 없으면 라인 전체를 세워야 하는 특성이 있다. 올초 와이어링 하네스(차량의 전자·전기 장치에 연결되는 배선을 하나로 묶은 것) 부족으로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이 모두 가동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말~올 초 신규 설비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던 1차 협력업체들도 코로나19 이후 신규수주 감소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신규 대출 또는 대출연장이 녹록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자동차부품 산업의 유동성 위기는 몇 개월 더 지속될 우려가 있다”며 “산업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특단의 금융대책과 내수촉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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