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주기 적어내면 가산점’ 교사, 집행유예로 감형

2심 “피해자와 합의 참작” … 시민사회 “사법부도 공범”

학생들에게 입을 맞추는 등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해 ‘스쿨미투’ 폭로 대상이 된 후 재판정에 섰던 충북여중의 퇴직 교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데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 내 시민단체들은 물론 정치하는 엄마들 등 스쿨미투 지지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낸 학생들을 재판부가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5일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과 정치하는엄마들 등에 따르면 대전고법 청주재판부(지영난 부장판사)는 지난 달 24일 충북여중 스쿨미투 2심 재판에서 A 교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학생들에게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수차례 하는가 하면, 2017년 수업 중 '생리주기를 적어내면 가산점을 주겠다'고 말하는 등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하거나 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학생을 보호하고 지도해야 할 교사가 추행과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한 점은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피고인은 1명을 제외한 모든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점, 다수 졸업생과 동료 교사들도 선처를 탄원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곧바로 비판하고 나섰다.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가해 교사는 1심에서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학생들의 진술이 모두 허위라며 모욕하고 상처를 주다가 구치소에 수감되자 태도가 돌변한 것인데 이런 위선적 행태를 재판부가 고려했다”면서 “성폭력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학교의 은폐시도에 저항하면서 1심 선고를 이끌어낸 학생들의 노력을 2심 재판부가 완전히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하는엄마들도 지난 달 29일 비판성명을 내고 “2심 재판부는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법정 대리인이 처벌불원서와 합의서를 제출한 점을 참작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감형했는데 (가해 교사와) 합의하지 않은 그 1명이 겪은 피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사법부는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같은 날 선고받은 또다른 가해교사 B씨의 거취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B씨는 1심과 동일하게 2심에서도 벌금 300만원에 취업제한 3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직위해제 상태지만 교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B씨가 교단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학교 재단이) 해임이나 파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성폭력 가해 교사가 교단에 서면 성폭력을 저질러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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