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여전히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로 멈춘 일상은 지역경제를 멈추게 하고, 경제적 재난의 후폭풍은 사회적 위기로, 사회적 위기는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코로나 위기에 새롭게 부각된 가치들이 많지만 ‘지방의 재발견’도 빼놓을 수 없다. 주민의 생명과 행복을 생활현장에서 책임지는 지방의 정책적 창의성이 빛을 발했다.

수원시가 앞장서 지역보건소에 역학조사관을 배정할 수 있도록 입법화한 일, 고양시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 도입, 전주시의 ‘착한 임대료 운동’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실천사례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방자치·분권 기본법체계 만들 시점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지방화 실험을 전개해왔다.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지방자치제도의 맹아들이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시대를 거치며 사라졌다가 1980년대 민주화를 통해 서서히 복원됐다. 1990년대에 와서야 지방의원을 뽑고 지방정부의 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면서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을 다져왔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제도적·인적 측면에서 지방자치 개혁열기가 표출됐고, 참여정부의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으로 계승됐다. 이제 그동안 쌓아온 자치분권 관습과 제도들을 집대성해 지방자치와 분권의 기본법체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지방자치법이다.

지금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이러한 자치분권의 과제를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고 그 첫발을 내딛어야 더 큰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지방자치법 제도화가 긴요하다.

이번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새롭게 신설되는 권리들이 많다. 처음으로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주민조례발안권과 주민투표권, 주민자치조직권 등 주민참여 권리를 크게 신장했고, 지방의회와 집행부 간 기관대립형 구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구성방식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또한 지방정부 간 갈등 현안을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별지방정부 구성 근거도 마련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될 수 있기를

20세기 초반 미국의 정치가 윌리엄 브라이언은 다음과 같이 설파했다. “정부에 대한 두가지 관념이 있다. 부자들이 잘 살도록 제도를 만들면 부자들의 번영이 하층민들에게 흘러내리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 하나다. 하지만 대중의 믿음은 그 반대편에 있다. 대중이 잘 살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면, 그들의 번영이 위로 차올라 모든 계층에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브라이언이 말한 대중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지방자치제도 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방과 지역주민들이 더 행복해지고 더 잘 살 수 있는 권리를 제도화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다행이 21대 국회 들어 지방자치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21대 국회에는 정부가 발의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비롯해 32건의 의원발의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있다.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도 넓다. 지방정부와 자치분권단체들이 지방자치법 개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1987년 개헌에 따라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차원에서 1988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로 지역현장 시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