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대학시절, 홍콩 영화를 보고 장국영의 팬이 되었다. 장국영이 사는 곳이 홍콩이라는 이유만으로 막연한 관심이 생겼고 홍콩은 꼭 가보고 싶은 1순위 해외 관광지가 되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인이 되어 첫 해외출장지로 홍콩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그 설레임과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드라마와 K팝 스타들에게 열광하며 한글을 배우고 한국여행을 계획하는 한류팬들을 만나면 격세지감이 느껴져서 더 큰 감동을 받곤 한다.

코로나 관광위기 극복 위해 한류 활용

한국 드라마와 K팝에 대한 관심은 한글 한복 한식 등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넘어 한국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서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방문 선택시 ‘한류’를 고려한다는 의견이 12.7%나 된다. 간접적인 요인까지 포함한다면 한류 영향력은 약 65%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역대 최대인 1750만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로 촉발된 위기는 관광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과 비대면 관광으로의 변화, 그리고 단체보다 소규모와 개별관광객의 증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관광이 이러한 변화에 잘 대응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고유 콘텐츠인 한류를 적극 활용해 코로나 종식 이후 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류관광객은 20대부터 40대까지 여성이 주류며, 단체보다는 개별관광을 선호한다. 또한 일반관광객보다 체류기간이 길고, 지방방문 비율이 높은 편이며, 문화 관련 지출도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성의 한류관광객은 충성도가 높아 코로나 이후 인바운드 관광에 활기를 불어넣고 한국 관광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핵심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관광객이 방한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쇼핑과 함께 한류의 본고장에서 K팝 공연을 직접 관람하는 것이다. 그러나 K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연장과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보니 한류팬들의 활동이 단순히 음식과 쇼핑에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류스타가 소개하는 관광코스를 가보고 맛집에 들러 간접경험은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K팝 스타를 직접 만나는 경험만큼 큰 감동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류 상시 체험할 인프라 구축 시급

한류는 곧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2000년대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한류 체험시설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K팝 상설공연장과 대중문화 박물관 등 관광객이 한류를 상시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코로나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랜선여행으로 해외 한류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코로나 이후 한국을 최우선 방문지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이후 외래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관광기반을 다지며 온라인에서 소리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만의 장점인 한류를 관광과 융합해 경쟁력 있는 한국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간다면 코로나를 이겨낸 후 또 다시 한국관광이 크게 도약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