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산업은 태동한 지 60년에 불과하지만 기술혁신이 가장 빠른 산업 중 하나다. 2004년 일본을 앞지르며 패널 분야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16년째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유일 산업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한국이 일본을 추격하는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였다면, 현재는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변화했다.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72%가 LCD이지만 OLED로 빠르게 중심축이 이동할 전망이다.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현재 한국이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더욱 가속화되는 현실이다. 중국은 경쟁국 중 가장 뒤늦게 시장에 참여한 후발국이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2018년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섰고, OLED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7년 1.4%에서 2019년 9.8%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출시하고, 마이크로LED 기술개발에 뛰어드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놓고 한·중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일본은 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만은 기업 인수를 통한 규모확장과 기술력 향상에 힘을 쓰고 있다.

소·부·장 독립이 산업 경쟁력 좌우

이처럼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화웨이 수출제재 등 미중간 갈등이 심화되고 지난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은 예측이 쉽지 않다. 국내 패널기업 모두 화웨이 OLED 공급이 중단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도 변화하고 있다.

소·부·장은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장비 중 노광기 증착기 이온주입기 등 고부가가치 핵심 제조장비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소재부품도 마찬가지다. 발광재료 FMM 필름 등 핵심소재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핵심 소·부·장 품목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글로벌 통상환경에 따른 가치사슬 재편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소·부·장 육성정책은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퀀텀점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소·부·장에 대한 정부의 기술개발, 신뢰성 평가, 세제 등의 각종 지원정책과 패널-소부장기업 간의 협력이 확대된다면, 산업 생태계는 더욱 공고히 구축될 것이다. 디스플레이산업계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10월 5일 ‘디스플레이산업 연대와 협력 협의체’를 발족했다. 정부지원과 산업계의 노력이 잘 어우러진다면 소·부·장의 국산화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 등 종합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디스플레이산업이 세계1위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투자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내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전후방 산업과 산·학·연·관 협력 절실

디스플레이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만 후방산업인 소·부·장 산업부터 TVㆍ스마트폰 등 전방산업까지 활성화될 수 있다. 세계 최강의 디스플레이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후방 산업과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연대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