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방미, 미 외교안보라인 잇달아 접촉

'비핵화 연계 종전선언' 공감 … 한미동맹 재확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서 실장의 방미는 전시작전권 전환과 방위비 분담금 등 한미간 현안에 대해 양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청와대에 따르면 서 실장은 지난 13일 방미길에 올라 14일(현지시간) 오브라이언 보좌관, 15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잇달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공


서 실장이 미국을 찾은 건 안보실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대면 협의는 서 실장 취임 직후부터 추진됐으나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코로나 확진,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취소 등으로 미뤄져왔다.

서 실장과 미국 외교안보라인의 첫 대면 협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 추진과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전작권 전환 등 한미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관측된다.

서 실장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 후 "종전선언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며 "이제까지 항상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던 문제였고, 그 부분에 대해 한미간 다른 생각이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문제는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에서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또는 비핵화와의 결합정도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다뤄지는 문제로 이에 대해 한미가 이견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선 "크게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않았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합리적으로, 또 수용 가능한 선에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을 5배 인상하라는 요구를 했다가 증액 폭을 50%로 낮추긴 했지만 13% 인상안을 제시한 한국 정부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했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부담이 미국 납세자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되고 한반도에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보장하기 위해 빠른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미군 주둔 문제를 방위비 협상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현 안보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빠졌다.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는 2008년 한미 정상이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뒤 매년 SCM 공동성명에 명시돼왔다.

전작권 전환을 놓고도 한미 양국은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조기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 반면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건을 충분이 따지는 것에 무게를 뒀다.

한미 양국이 주요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동맹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서 실장의 방미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실장은 "기본적으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얼마나 깊이있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확인한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어떻게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지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과 토론을 했다"며 "양자 현안에 대해서도 폭넓게 아주 생산적인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종전선언, 비핵화와 따로 놀 수 없어”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