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외/미래의창/1만8000원

'집콕'이 일상어로 자리잡고 비대면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더 어색한 세상이 됐다. 코로나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21세기 팬데믹에 적응하는 중이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삶은 계속되고 소비는 이뤄진다.

코로나가 순식간에 큰 변화를 몰고 온 것 같아도 지금의 변화는 이전부터 서서히 진행됐던 것. 언택트, 집 중심의 생활, 온라인 쇼핑의 증가 등은 이미 확대되고 있었다. 이번 사태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을 뿐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팬데믹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의미로,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말자는 의미로 'COWBOY HERO'를 2021년의 10대 키워드로 정했다. 날뛰는 소를 마침내 길들이는 멋진 카우보이처럼 시의적절한 전략으로 팬데믹의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한 도서관에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와 소비의 변화에 대해 다룬다. 사진 이의종


바이러스가 바꿀 경제

10가지 트렌드의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모든 트렌드가 코로나 사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트렌드는 사회의 반영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1'의 첫 키워드인 '브이노믹스(V-nomics)'는 바이러스(Virus)의 'V'에서 출발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과연 V자 회복은 가능할까. 기존의 가치(Value)는 어떻게 변화할까. 언택트 트렌드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새로운 브이노믹스 패러다임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장기화될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전략을 제공할 것이다.

아마도 각 업종별로 V U W S 역V 등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회복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나누는 기준은 대면성의 정도, 대체재의 존재 여부, 기존 트렌드와 얼마나 부합하느냐다. 예컨대 코로나 사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국내여행과 화상 커뮤니케이션, 홈웨어 시장은 역V자형(코로나 특수(特需)형)으로 분류되는 반면, 비대면 성향이 높고 기존 트렌드와 부합하는 온라인 쇼핑과 호캉스 등은 코로나 이후에도 더욱 성장이 가속화되는 S자형(가속형)으로 분류됐다. 책에 따르면 이른바 VUCA(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로 대변되는 지금의 상황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신속한 상황 파악과 이에 따른 빠른 적응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고 과감한 방향 선회, 실패를 용인하는 관용적 태도가 중요하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공간은 집이다. 더욱 가속화하는 집의 변화를 요약하면 공간과 기능이 여러개의 층위로 분화한다는 점이다. 마치 이미지 프로그램 포토샵의 레이어처럼 분화하며 중첩되는 '레이어드 홈(layered home)' 현상이다. 삶의 근거지로서의 기본 기능이 확장하는 측면을 '레이어1'이라고 한다면 직장 학교 등 외부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면서 생기는 변화는 '레이어2'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직주근접 직주일치 현상의 강화로 집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는 문화는 '레이어3'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어드 홈 트렌드는 미래주택 공간의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미래 소비산업 변화의 시작은 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두드러진 약진이다. '소비의 롤러코스터를 탄 자본주의 키즈'로 대변되는 MZ세대는 돈과 소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성장한 새로운 소비세대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본주의적 요소가 많은 사회에서 익숙하게 입고 먹고 보고 배우고 자라 자본주의의 생리를 잘 이해한다. 그런 세대가 소비의 주체가 됐다.

이들은 유행을 선도하고 비즈니스의 방향을 주도하며 브랜드의 흥망을 결정한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 소비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광고를 이용할 줄 안다.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새로운 소비세대가 브랜드 흥망 결정

이 외에도 책은 2021년을 들여다 볼 다양한 키워드들을 다룬다. 그 중 하나가 '롤코라이프'다. 롤러코스터는 우르르 몰려가 함께 탄다. 짜릿한 궤도의 오르내림을 즐긴다. 이러한 롤러코스터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비트렌드가 전개되고 있다. 더 재미있는 밈(meme, 인터넷에 재미난 말을 적어 넣어서 다시 포스팅 한 그림이나 사진)을 좇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대중들은 단기간의 트렌드를 따라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짜릿한 진폭의 재미를 즐긴다. 그러다가도 금방 다른 재미를 향해 몰려간다. 책은 이런 트렌드를 롤러코스터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롤코라이프'라 명명하고 이런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롤코족'이라고 칭했다. 롤코족은 소수 젊은이들의 변덕이 아니라 상시 대응해야 할 시장의 일반적 변화가 되고 있다. 상품과 마케팅도 발 빠른 대응으로 고객의 변화에 맞춰야 할 시점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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