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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법인낙찰 아파트에 유치권 방해한 직원 유죄

유치권행사 중인 건물 열쇠 부수고 들어가 교체

1심 유죄, 2심 무죄 … 대법, 유죄취지 파기환송

대법 "권한 위임받아 침입 … 권리행사 방해"

등록 : 2020-10-16 11:33:57

대표가 아닌 직원이 회사명의로 경락받은 법인 소유의 아파트에 가서 다른 회사의 유치권 행사를 방해했다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 대법원 제공


◆유치권 행사 공고문 떼고 잠금장치 부숴 =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문서손괴,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2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유죄라는 판단이다.

주유소 업체인 B사의 영업부장이던 A씨는 지난 2018년 C사가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던 아파트에 침입한 행위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해당 건물이 경매를 통해 B사로 소유권이 이전되자 A씨는 아파트에 진입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아파트 출입문에 게시된 유치권 행사 공고문을 떼고, C사가 설치해놓은 잠금장치를 부순 뒤 새로운 장치를 달아 유치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A씨는 공고문을 훼손하고 아파트에 침입한 것은 유치권 행사를 방해한 행위의 과정에서 벌어졌으므로 따로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유·무죄 엇갈려 = 1·2심은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유·무죄가 엇갈렸다. 1심은 "문서손괴죄, 건조물침입죄, 권리행사방해죄는 모두 그 구성요건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있다"라며 "문서손괴나 건조물침입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에 비해 별도로 고려되지 않을 만큼 경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2심은 문서손괴죄와 건조물침입죄만 유죄로 봤다. 권리행사방해죄는 자신의 물건에 대한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다. 그런데 아파트는 A씨가 아닌 B사의 소유이므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법 제323조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취거(가져감), 은닉 또는 손괴해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심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타인이 점유하는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는 권리행사방해죄에 있어 자기의 물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사건 아파트는 B사의 소유이고, A씨는 B사의 대표이사가 아닌 영업부장일 뿐"이라며 문서손괴와 건조물침입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대리인 행위도 대표기관 행위와 동일" = 그러나 대법원은 2심과 달리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A씨의 행위는 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4도8134 판결 참조).

재판부는 "법인의 대표기관이 아닌 대리인이 대표기관과 공모 없이 그 직무권한 범위 내에서 타인이 점유하는 법인의 물건을 가지고 간 경우에는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법률적·사실적 효력이 동일하다"며 "법인의 물건을 법인의 이익을 위해 가지고 갔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권리행사방해죄가 규정하는 '자기의 물건을 취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동생이 B사의 대표이사인 점, A씨가 관리부장으로 회사 업무를 총괄하면서 부동산 임대 및 주유소 영업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점, A씨가 B사 대표로부터 아파트에 관한 모든 업무 및 권한을 위임받은 후 새 열쇠를 설치한 점에 비춰보면, A씨의 행위는 B사의 대표기관이 한 행위와 다름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에는 권리행사방해죄에서 '자기의 물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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