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여당 대 검찰·야당 '편싸움'하는 초유 사태
확인 없이 '무차별 폭로'했다가 "무책임" 비판 자초
여 "수사지휘권 적절", 야 "특별검사 도입만이 답"
지난 8일 라임 사건 관련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강기정 5000만원'을 폭로하자 야당이 기세를 올렸다. "권력형 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새빨간 거짓말"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18일 김 전 회장이 '야당 정치인·현직검사 로비'를 들고나오자 입장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법무부와 여당이 공세에 나서고, 검찰과 야당이 방어하는 형국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통해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추 법무장관은 19일 라임사건과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윤 총장을 수사지휘라인에서 제외시킨 것. 법무부는 앞서 18일 "윤 총장이 (야권정치인과 검사의) 구체적인 비위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며 윤 총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검도 "법무부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서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했다. 대한민국 법치 실현을 책임진 법무부와 검찰이 국민 앞에서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여야는 각각 법무부와 검찰편에 서서 상대측을 공격하는 '편가르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해 "정당한 법적권리행사"라고 옹호했다. 동시에 "윤석열 검찰이 부실수사했다"고 공격했다. 국민의힘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오히려 진실을 덮기 위해 남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제원 의원은 "법무부가 범죄자의 편지 한 장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다"며 법무부를 겨냥했다.
여야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묻지마 폭로'를 감행했다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19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김 전 회장이 접대한 검사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과 이성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부부장검사를 지목했지만 당사자들은 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회장측도 두 사람은 접대 검사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명단을 공개하면서 여권인사들의 이름도 함께 밝혔다. 유 의원은 "확인해보니 민주당 인사 및 청와대 관계자 이름이 여럿 나온다. 동명이인인지 여부를 확인했느냐"고 질의하면서 여권인사들의 이름을 드러냈다. 하지만 대부분 당사자들은 "동명이인일 뿐"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아니면 말고식 폭로와 가짜뉴스를 제조하는 유 의원의 공개사과와 당 차원의 징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야의 대치는 20일에도 이어졌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김 전 회장의 폭로로 검사나 야당 유력인사에 대한 로비뿐 아니라 또 윤 총장까지 거론된 이상 성역 없이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법무부에 알아보니 (김봉현의) 입장문을 뒷받침할 것들이 있더라는 정도의 얘기를 들었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의힘은 법무부와 여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라임·옵티머스 권력 비리게이트 특위는 이날 "사기꾼의 일방적인 '폭로'이고 한 눈에도 허구임이 분명한 대목이 너무나 많지만, 추 장관은 무조건 '윤석열' 때문에 검사와 야당에 대한 수사가 안 되고 있다는 주장"이라며 "말 안 듣는 총장을 어떻게든 찍어내고 악취가 진동하는 권력형 펀드게이트를 덮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위는 "5000만 원을 받았다는 강기정 전 대통령 정무수석, 양복을 얻어 입었다는 기동민 의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임이 틀림없다"며 "이젠 특별검사 도입만이 답"이라고 제기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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