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용신동

주거보증금 지원

정부 지원을 받던 기초생활수급자가 세상을 떠난 뒤 조손가정을 구해 화제가 됐다. 서울 동대문구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용신동 주민이 전 재산을 기부, 위기에 처한 이웃을 지원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7월 27일 용신동주민센터 맞춤형복지팀에 걸려온 전화가 시작이었다. 앞서 4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현 모(82)씨 조카였다. 직계가족이 없는 현씨를 용신동주민센터 직원들이 가족처럼 잘 챙겨준 만큼 그가 남긴 전 재산 300만원을 주거위기 가구를 후원하는데 사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용신동주민센터는 유족의 뜻을 받들어 300만원을 사회복지협의회에 기탁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지원할 이웃을 찾았다. 꼭 필요한 가구에 지원하기 위해 여러차례 사례회의를 연 끝에 신설동에 사는 조손가정으로 결정했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낡고 허름한 집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원을 내며 지내는 이 모(70)씨 가족이다. 이씨는 살림살이가 더 어려운 자녀 대신 손주 4명을 맡아 키우는 가장이다. 최근에는 소유주가 집마저 허물기로 결정했다.

이사갈 집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막막해하는 가정 상황에 용신동주민센터가 나섰다. 기초수급자 현씨가 남긴 300만원에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두달간 온라인 모금과 바자회를 진행, 200여만 원을 보탰다. 다섯 식구는 500만원에 힘입어 다음달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이씨는 "손주들과 어디로 가야하나 앞이 캄캄했는데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김칠태 용신동장은 "어르신이 남긴 소중한 유산으로 주거위기에 처한 조손가정을 구할 수 있게 돼 뜻깊다"며 "나눔과 사랑을 남기고 가신 어르신 뜻을 잘 전달해주신 유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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