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신청 사업장 8만곳 돌파 … 특별고용지원업종·영세사업장에서 효과 커

#1. 국내 대표적인 저가항공업체(LCC)인 에어부산은 단거리 중심인 노선 특성으로 대일 불매운동과 홍콩시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올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3302억여원이던 매출은 올해 같은 기간에 1168억원으로 급감했다. 현재 전체 35개 노선 중 국내선 5개, 국제선 1개만 유지하고 있다. 보유 항공기 가동률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52% 감소했다.

최악의 경영상황에 회사는 감원 등 구조조정 없이 양성된 인력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정부가 항공업을 특별고용지원대상으로 지정하면서 회사는 한숨을 돌렸다. 회사는 전체 240일을 기준으로 하면 120여억원을 지원받는다.

#2. 국내 대표적인 대형 여행사인 모두투어는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매출액 감소로 인한 경영위기가 발생하자 노사가 일자리를 지키면서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노사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휴직을 하는 방안에 합의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최근까지 정부로부터 1246명(연인원 4683명)에 대해 73여억원을 지원받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중소사업장이 8만곳을 돌파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이 '실업대란'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는 막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맞은편 우측으로부터 3번째)이 지난 6월 10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네트워크를 방문해 사무실을 둘러보고, 업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방문은 코로나19 위기로 해외 및 국내 여행수요 급감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사합의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모두투어의 경험을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유급휴직 노동자 휴업수당 지원 =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휴업·휴직할 때 노동자에게 줘야 하는 휴업수당(평균임금 70%) 중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주에게 감원 대신 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생산량이 15% 줄거나 재고량이 50% 증가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만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면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로 인정해 지원하도록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지원조건은 전체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초과해 휴업을 실시하거나 1개월 이상 휴직을 실시하는 경우다. 지원비율도 중소기업 등 우선지원대상기업의 경우 휴업·휴직수당의 2/3(67%)에서 9월 말까지 실시한 고용유지조치에 대해 9/10(90.0%)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된 여행업 등은 지원 비율 90%를 내년 3월 31일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실적은 9월말 현재 6만7000여곳 사업장에 1조6638억원(70만여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계속되는 특별고용지원업종과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효과가 더 컸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일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조치계획서를 신고한 전체 사업장은 8만135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6만3121곳(77.6%)이었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이 56.3%(4만5785곳)에 달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경우 6879개 사업장, 11만7000여명에 4440억원(9월 말 현재)이 지원됐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는 고용 사정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에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고용부가 2015년 12월말 도입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지정될 경우 생계비 지원, 재취업 훈련, 전직 훈련, 고용유지지원금, 특별연장급여, 실업급여 연장 등에 대한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특히 지정업종이 아니더라도 지정업종과 50% 이상의 매출 협력관계에 있을 경우 지원이 가능하다.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6년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됐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공연업 등이 지정됐다.


◆일자리 유지 '효자 역할' 톡톡 = 실제로 고용유지지원금의 효과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항공기 기내식 협력업체인 A사는 경영악화로 폐업의사를 노조에 통보했다. 이후 노사는 협의를 통해 폐업·해고 철회에 합의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활용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악기제조업체인 B사는 코로나19 공연취소 등의 영향으로 악기제조와 판매 실적이 악화되면서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B사는 노사협의를 통해 4월부터 전 직원의 84.8%(28명)에 대해 유급휴업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대신 정부로부터 4~9월분 고용유지지원금 1억3500여만원을 지원받았고 10월에도 300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경북 포항소재 제조업체인 C사의 경우 코로나19로 영업 손실이 발생하면서 경영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사 간 고용유지 원칙에 합의하고 고용유지지원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C사는 341명(연인원 966명)에 대해 8억7800여만원을 지원 받았다.

서울소재 D호텔(특급호텔)도 노사가 고용유지에 합의하고 신청자에 한해 1개월 단위로 순차적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호텔이 그동안 지원받은 고용유지지원금은 1033명(연인원 1095명)에 15억3300여만원이다.

이 외에도 운송업체들의 지원신청도 많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10월 15일 현재 시외·고속버스 79개사 중 58개사(74.0%) 2만2275명(연인원)이 369여억원을 지원받았다. 실제로 충남 시외버스 업체들은 9월 말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고용조정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지원기간을 60일 연장한다는 소식에 고용조정 계획을 철회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고용유지조치(휴업·휴직)를 실시하기 하루 전까지 '고용유지조치계획서'를 소재지 관할 고용센터나 고용보험 홈페이지(www.ei.go.kr)를 통해 제출해야 한다. 이후 제출한 계획에 따라 실제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하고 휴업·휴직수당을 지급한 후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신청을 하면 된다. 지원금을 계속 받으려면 매달 신청서를 내야 한다. 만약 지원금을 신청하고 이후 감원하는 등 부정수급이 적발되면 환수는 물론 지원금의 최대 5배가 추가 징수된다.

◆다양한 지원제도 활용할 수 있다 = 최근 노동계에서는 항공업 등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240일)이 종료됨에 따라 대규모 감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기존에 지원받던 유급 휴직·휴업지원제도 외에 또 다른 고용유지지원제도인 무급휴직·휴업제도를 활용하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급지원금은 유급지원금과 달리 사업주 부담분 없이 근로자 평균임금 50% 범위 내(1일 최대 6만6000원, 월 198만원)에서 노동자에게 최대 180일 동안 직접 지원한다. 실제로 그동안 유급지원금을 받아왔던 에어부산 등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12월 말까지 무급지원금을 활용하기 위한 무급휴직계획서를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했다.

고용부도 무급지원 요건을 휴직기간 90일 이상에서 30일 이상으로 완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제기한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이 종료돼 무급휴직을 하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무급휴직 요건도 완화해 유급지원이 종료되면 바로 무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사업주가 유급지원금을 다시 신청할 수 있어 공백 없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등 우선지원 대상기업에 대한 지원 비율 등이 변경될 수 있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고용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업·휴직 조치에 나선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자 9월까지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수준 특례기간'으로 정했다. 우선지원 대상기업은 기존 67%에서 75%로, 대기업은 50%에서 67%로 지원비율을 높였다. 이후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고용부는 중소기업에 한해 지원비율을 90%까지 대폭 상향 조정했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지원수준 특례기간 종료를 앞두고 고용부에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부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특례기간 연장 등과 관련한 내용은 빠졌다.

고용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외에도 다양한 제도가 있으며 지자체들도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어 고용대란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고용안정현장지원TF를 구성해 고용안정협약지원금, 사업주 유급휴가훈련 지자체지원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안내하고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

고용안정협약지원금은 노사간 협약을 통해 고용유지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한 기업에 임금감소분의 일정비율(50%, 1인당 월 50만원 한도)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한다. 사업주 유급휴가훈련은 소속 노동자 대상으로 5일(대기업 60일) 이상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20시간(대기업 180시간) 이상 훈련을 실시할 경우 인건비 등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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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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