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국민연금 주식가치 하락 우려

"주주 비례적 이익보호 의무 도입해야"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은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이어져 일반주주의 주식가치는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며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배터리 사업부 분할로 기업가치가 증가해도 지배주주 가치만 증가하고 일반주주의 주식가치는 변하지 않은 채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화학의 경우 2대 주주(10.5%)가 국민연금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 크다. 전문가들은 45조원이 넘는 LG화학의 시가총액 중 4.5조원은 국민의 노후자금이라며 이를 지주사 디스카운트 리스크에 노출시킬 것인가 판단해야 하며 지주사 디스카운트로부터 일반 주주를 구제하는 수단으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보호 의무가 도입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배주주 지배권 유지가 기업 가치극대화 '아냐' =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LG화학 물적 분할 - 지주사 디스카운트와 구제수단' 세미나에서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분사 관련 논란의 핵심은 지배주주와 이해주주의 이해상충"이라며 "분사의 긍정적 요인은 인적분할을 할 경우에도 모두 해당되는 데 반해 물적분할은 일반주주에게 기회이익의 상실 손해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LG화학이 밝힌 분할 목적을 보면 인적분할로도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며 오히려 인적분할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적분할을 강행하는 이유는 일반주주를 배제하고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지배 주주의 지배권 유지와 기업가치 극대화는 상관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회사측과 일부 의결권 자문사들이 이번 물적분할을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단순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업가치가 증가해도 지배주주 가치만 증가하고 일반주주는 오히려 가치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 또한 이날 토론에서 "LG화학에 대한 일반주주의 투자가 배터리 부문의 양호한 성장가치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신설법인의 기업공개에 따른 존속법인 일반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주주입장에서 인적분할은 분할기업의 주주가 분할 존속법인과 분할신설법인의 지분을 분할 전 기준으로 동일하게 보유함에 따라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 측면에서 논란이 없는 장점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물적 분할의 이점을 주주권익의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류영재 대표는 "우리나라 일반주주들의 관점에서는 과거 한국 상장기업들이 합병, 분할, 주식 매매와 양도, 신종증권발행 등의 다양한 자본거래를 통해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면서, 지배주주 일가에게 유리한 지분구조를 제공했던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며 "물적 분할이라는 자본거래 이후 지배주주 이익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전개가 예상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차등배당 등 일반주주 위한 주주환원정책 필요 = 토론 참가자들은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와 일반주주의 보호의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이번 물적분할의 본질이 이해상충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주주 이익 보호 의무가 인정되지 않다 보니 일련의 거래가 제한 없이 허용되고 그 결과 주주이익 손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 의무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적으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주주보호의무를 전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주주는 회사 자산에 대해 비례적 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서 회사 자산이 아닌 주주에 손해를 끼친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기 때문에 상법에 명시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력한 주주환원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회사측이 발표한 3년간의 고배당 정책에 대해 "주주달래기 배당인가 지배주주의 프리미엄 편취 목적배당인가 의심이 된다"며 "배당을 하려면 동등배당이 아닌 차등배당을 해야한다"고 제한했다. 안 본부장은 "분할의 명분과 지분가치 희석 우려를 보완할 주주환원 방안이 필요하다"며 "배당 뿐만 아니라 LG화학이 장내에서 직접 취득한 자기주식 32만7331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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