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판 계획에 특검 날 세워

특검, 29일 심리위원 후보 추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준비 절차를 진행하고 향후 재판 일정을 밝혔다.

이 부회장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 지원 등 298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개 |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된 26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방청객들이 이날 열리는 공판 준비기일 방청권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날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이날 공판 준비기일에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2심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재발방지를 위한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박영수특검팀은 재판부가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기피신청을 했다. 기피신청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기각되면서 약 9개월 만에 재판이 다시 열렸다. 파기환송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활동 평가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원과 특검,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전문심리위원들이 운영 실태를 평가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이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재판부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특검 의견서를 보면 특검이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며 "오는 29일까지 후보를 추천하면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전문심리위원 참여를 결정하고 11월 16~20일 전문심리위원 면담 조사, 11월 30일 의견 청취 등 일정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일정을 마무리 한 후 12월 14일이나 21일에 결심 재판을 열기로 했다. 이럴 경우 내년 1월, 늦어도 법관 정기인사 전인 2월 초에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마무리 된다.

특검측은 이같은 일정이 촉박하다며 날을 세웠다. 특검은 "11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면담 조사는 너무 짧다"며 "변호인과 특검 측이 제시한 사항을 모두 점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또 다른 사건으로 기소돼 두 사건을 동시에 재판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문심리위원 지정이 고지됐는데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은 소송지연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재판부는 11월 9일 열리는 다음 공판때 앞으로의 일정을 다시 논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가 연내 변론을 종결하려는 것은 내년 2월 예정된 법관 정기인사와 무관치 않다.

내년 2월 재판장 등이 보직이동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만일 내년 2월까지 선고가 마무리 되지 않으면 후임 재판부에게 사건이 넘어간다. 이럴 경우에는 기록 검토 등 절차에 따라 선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던 특검으로서는 사실상 재판부가 변경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정기인사 때 모든 재판부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국정농단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가 마무리 된 후에야 보직 이동을 한 바 있다. 특검 관계자는 "지금 재판부가 선고를 하거나 다른 재판부가 선고를 하거나 크게 중요치 않다"며 "대법원이 이 같은 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가) 그에 부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특검의 의견을 상당수 받아들어줬다"며 "전문심리위원 후보는 예정대로 목요일에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기일에 이 부회장에게 법원 출석을 요구했지만 부친인 이건희 회장 별세로 상을 치르게 돼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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