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유동성비율 규제는 '우려'

코스피가 이틀 연속 연고점을 기록했다. 사상최고치 경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주식 거래대금 또한 증가하며 올 하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역대 최대치 경신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3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위탁매매 수익이 증권업의 실적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다음 달부터 실시될 조정유동성비율 규제는 증권업계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양호한 실적 =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도 3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들도 쏟아졌다. 이는 증시폭락으로 저점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 증가로 호조를 보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국제증시 반등에 따른 트레이딩(상품운용) 수익성 회복, 예상을 넘은 기업금융(IB) 부문의 선방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실적의 가장 큰 원동력은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증시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분기 대비 26.7% 증가한 2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는 221.5%나 늘었다. 또한 해외주식 투자도 증가하면서 관련 수탁수수료 수익이 각 증권사별로 전 분기대비 1.5~2배 증가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꾸준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은 과거대비 높은 일평균거래대금을 기록하며 증권사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리테일 중심 = 위탁매매 수익은 4분기에 이어 내년에도 증권사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0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조2339억원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며 내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원에서 22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조원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처럼 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회전율이 증가할 경우 일평균 거래대금은 22.1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 주식시장 세제 개편 및 뉴딜펀드 조성, 공모주 청약 등을 감안하면 증시로 자금유입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증권거래세 인하도 거래대금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7월 '2020 세법개정안'을 통해 증권거래세율을 향후 2년에 걸쳐 0.1%p 추가 인하(2021년 0.02%p 인하, 2022년 0.08%p 인하)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연구원은 "세제 개편안으로 정부는 부동산 중심으로 집중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게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발채무 규제 시행 = 다만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는 조정유동성비율 규제는 우려사항이다. 조정유동성비율 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향후 IB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약화된다.

조정유동성비율 규제는 우발채무를 규제하기 위한 자산건전성 강화 조치다. 3개월 내 유동성부채와 채무보증의 합 대비 3개월 내 유동성자산으로 산출한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경영실태 평가 시 계랑지표로서만 활용하던 이 비율에 대해 100% 미만인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 및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증권회사의 영업력을 저하시키거나 영업범위를 제한하는 요인은 아니다. 다만 규제 미준수 시 △평판 리스크 확대로 인한 기 채무 차환 곤경 △유동성 리스크 전이 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2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조정유동성비율은 112.8%로 집계된다. 유동성비율은 130.4%로 대부분 규제 범위를 준수하고 있다. 지난해 말 규제가 이미 예고됐기 때문에 증권사는 올해 1분기에 조정유동성비율 관리를 실시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진 증권사는 없다. 다만 조정유동성비율이 100%에 근접한 증권사는 향후 우발채무를 확대하기 어려워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임 연구원은 "장부의 한도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신규 딜을 진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규제 미준수 시 증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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