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시 지연에 따른

투자자 손해배상 첫 판결

2016년 한미약품의 의도적인 공시지연에 따라 손실을 입은 주식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허위공시를 한 기업에 형사·민사 책임을 묻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의도적 공시지연에 따라 민사 책임을 지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임기환 부장판사)는 최 모씨 등 126명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최씨 등은 공시지연에 따른 한미약품 불법 행위로 주가 하락분 13억8700만원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1500만원 가량을 제외한 나머지 12억7200만원을 한미약품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미약품 등은 기술이전계약 해지 또는 변경이 공시의무 대상이 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다가 호재를 먼저 공시했다”며 “주주들의 매수가액에서 실제 매도가액을 공제한 금액이 손해액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을 대리한 윤제선(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그동안 공시시점을 회사가 임의로 조율하던 관행에 법원이 철퇴를 가했다”며 “자본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공시 제도의 취지를 중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29일 미국 제약업체와 계약 소식을 알려 주가가 치솟았다. 다음날 독일 제약업체와 계약이 종료됐다는 악재성 공시를 발표하자 65만4000원이던 주가는 50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앞서 호재성 공시로 주식을 사들였다가 악재성 공시로 손해를 입은 주주들은 늦장 공시가 주가에 영향을 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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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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