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로 80시간 이수 어려워

제도운영 행안부는 60시간으로 단축

서울시공무원노조 "행안부 대응 굼떠"

지방공무원들이 승진에 반영되는 필수 학습시간을 줄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상근무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이수가 어려운데도 행정안전부가 관련 지침을 고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은 24일 성명을 통해 "고용노동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중앙부처는 승진에 필요한 필수 상시학습시간을 대폭 축소했지만 행정안전부의 굼뜬 행정으로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극심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지방공무원들의 필수학습시간 단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아무리 좋은 교육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짐만 되기 마련"이라며 "공무원의 역량향상을 목적으로 도입한 상시학습제도 또한 상황에 맞게 운영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고용부와 식약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용부는 7월 31일자로 상시학습 운영지침을 개정, 기존 80시간이던 행정·기술직군 학습시간을 50시간으로 줄였다. 또 방호·운전직군은 24시간에서 15시간으로, 관리운영직군은 40시간에서 25시간으로 단축했다. 식약처는 10월 20일자로 상시학습 등 교육훈련지침을 개정했는데 일반직 4급 이하 기준시간을 올해에 한해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단축한 것이 뼈대다.

지방공무원 인사제도를 다루는 행안부도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필수 학습시간을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방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공무원들의 상시학습 의무이수시간은 80시간이다. 5급 이하 일반직·임기제·사무운영 직군에 적용된다. 사무운영 외 관리운영 직군은 30시간 교육이 의무다. 교육훈련기관에서 30%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고, 매년 집합교육 14시간도 의무 이수해야 한다.

지방공무원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고 비상근무가 이어지면서 의무이수시간을 지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올해 2월부터 줄곧 파견·비상근무를 해왔다"며 "이 때문에 승진에 필요한 교육이수 시간을 채우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중앙공무원에 비해 코로나19 대응 업무가 훨씬 더 많은데도 교육시간을 단축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수교육 제도가 전혀 완화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올해 2월 5일 행안부에 '교육훈련기관 집합교육 14시간 의무이수' 면제를 요청하자, 행안부가 이를 받아들여 사이버교육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6월 말 승진심사 대상까지만 적용됐다. 하반기 승진심사 대상자에게는 집합교육 14시간 이수가 여전히 의무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전국광역시도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행안부에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으며, 광역시·도에도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며 "코로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공무원들이 온전히 위기대응에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행안부도 지방공무원들의 요구를 수긍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가공무원의 경우 공무원인재개발법(시행령)이 정한 필요의무교육이 100시간이다. 하지만 이를 인사혁신처와 협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지방공무원의 경우 지방공무원교육훈련법(시행령)에 80시간으로 규정돼 있을 뿐 중앙공무원과 같은 협의조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지방공무원 필수의무교육 시간을 단축하려면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가공무원과 비교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현재 대통령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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