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모펀드 꾸준한 성장 … 한국만 위축

공모펀드 53% 'MMF' … 중국보다 뒤진 시장

사모펀드의 공모 시장 잠식 … 수익률도 하락

펀드 개수 줄이고 규모는 키워 수익률 높여야

주식형 공모펀드의 침체 원인은 사모펀드의 공모 시장 잠식과 소규모·신생 공모펀드의 난립으로 인한 수익률·신뢰도 저하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침체에 빠진 주식형 공모펀드가 활성화되려면 결국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며 펀드 개수를 줄이고 규모를 증가시켜서 운용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증권학회가 24일 주최한 '주식형 공모펀드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고광수 부산대 경영대학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글로벌 공모펀드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식형 펀드의 비중은 50% 전후를 유지해 오면서 견조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채권형과 혼합형 펀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MMF 시장은 점점 비중이 감소해 지난해 말 기준 13%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펀드 평균 규모는 4억4806만달러(약 493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국내 공모 펀드 시장은 주식시장 규모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 했고, 한국 시장에서만 유독 주식형 공모펀드의 비중이 쪼그라들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평균 규모는 470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MMF 위주의 영업은 펀드 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기준 한국 공모펀드의 비중을 보면 주식형은 26% 혼합형 7% 채권형 14%를 차지하고 MMF는 53%에 달했다. MMF란 초단기공사채형 상품으로 언제나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고 교수는 "MMF의 상대적 비중은 중국보다도 훨씬 커 펀드 시장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주식형 공모펀드의 침체원인으로 △사모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의 급성장 △주식형펀드의 수익성·신뢰성 하락 △펀드 판매사의 그릇된 영업행위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시장 개척 의지 부족 등을 꼽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 과다한 수수료, 단타 위주 투자 문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고 교수는 먼저 "2013년부터 급성장한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시장을 잠식했다"며 "공모와 사모의 수요자는 명백히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판매제도의 문제점으로 주식형 공모펀드 투자자가 사모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시장에는 계속기업 개념으로 운용되는 주식형 펀드가 많지 않고 소규모 펀드와 신생펀드가 난립하는 점이 문제"라며 "공모 펀드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과 신규 펀드를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펀드 판매사들의 성과위주의 영업행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 교수는 "판매원들은 투자자의 위험 선호도와 목적보다는 자신들의 핵심성과지표(KPI) 점수를 높이는 상품을 제시하거나 시기마다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권유했다"며 "더 큰 문제는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개략적으로 지시된 상품 특징을 강조하며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주식형 공모 펀드 활성화 방안으로 고 교수는 "펀드 간 엄격한 방화벽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공모와 사모 펀드 간의 편출입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모와 사모펀드의 명확한 구분을 위해 공모와 사모를 함께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에 대해 엄격한 운용 원칙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양한 방법으로 펀드의 개수를 줄이고 규모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 교수는 "펀드 설립의 요건과 기간을 확대해 신규 펀드 설립을 자제하고, 펀드 폐지 기준을 확대해 일정 규모를 정해진 기간 동안 유지하지 못 하면 자동 폐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펀드 만기의 개념을 지양하고, 펀드의 지속성을 제고하며, 펀드의 규모를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펀드 판매사들의 변화를 요구했다. 고 교수는 "펀드 판매원들은 KPI가 아닌 투자자를 위해 상품을 권유해야하며, 판매원의 상품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반성의 소리가 나왔다. 패널토론에 나선 조준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단기성과에 급급한 운용형태와 운영역량도 갖추지 못하며 신상품을 남발하는 등 펀드 운용사와 제조사의 문제가 많았다"며 "투명하고 정직한 소통을 통해 좋은 성적을 올려 신뢰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투자 트렌드 변화를 포착하지 못하고 펀드 상품을 제조한 운용업계에서 자기 혁신이 일어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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