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알선비 받는 민간 주도는 모순

선진국, 공공기관이 입양가정 실사

입양인연대 등 법 개정 추진 움직임

살인죄로 경종을 울려주세요! | 정인 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남부지검 앞에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문구가 쓰인 조화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입양부모가 입양아동을 학대하다 적발된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이 사건’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함께 입양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 지 3년간 당국이 입양부모의 입양아동 학대를 확인한 사례가 201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7년 49건, 2018년 58건, 2019년 94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법조계가 힘을 모아 2018년 발의했던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시 개정안은 입양 신청부터 예비 입양부모 상담·조사, 최종 입양결정에 이르는 절차 전반을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하는 기존 제도를 개선해 공공 개입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입양특례법 전부개정안은 일부 단체와 입양기관 그리고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입양의 공공성 확대는 입양제도의 한축을 담당하는 사법부의 권고사항 이기도 하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2018년 ‘입양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민간 입양 기관에 입양 전 양부모 조사 업무를 맡기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입양 기관은 본질적으로 입양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양부모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며 “정부 기관이 입양 가정 조사를 맡아야 투명하고 실효성 있게 입양 가정을 관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국내입양인들 모임인 ‘국내입양인연대’는 10일 “입양 전 입양부모적격성 평가와 준비과정은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업무를 입양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입양부모의 적격성 평가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입양기관은 입양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민간기관이 법률개정을 반대하는 이유를 암시했다.

선진국 대부분은 아동입양 전·후에 공공기관이 입양가정을 조사하는 데 반해 유독 한국 정부만 이를 입양기관에 맡기고 있다. 입양기관은 설립목적이 입양을 많이 성사시키는 것이다. 국내 입양기관은 입양이 성사되면 알선비(국내 정부, 해외 양부모로부터)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받는다. 정인이 입양을 주선한 홀트아동복지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19 운영결산보고’에 따르면 이 단체는 보조금과 후원금, 사업수익 등을 통해 약 893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중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은 보조금은 약 467억원(52.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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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김형선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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