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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국민 헛갈리게 하는 재난지원금 여론조사

12월말 조사 '선별지급' 우세

1월 초 조사 '보편지급' 앞서

시점·방법·질문내용 따라 편차

등록 : 2021-01-13 11:21:15

연말연초 언론사들이 발표한 재난지원금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선별' '보편' 지급방식에 대해 조사기관들이 전혀 상반된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시점과 방법, 설문지 구성 및 질문내용 등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국민들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가 오히려 국민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2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에 따르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공감도를 조사한 결과, 68.1%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3%였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p) 유·무선 혼합,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8.9%였다.

이에 앞서 경기도가 여론조사기관인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5일 만 18세 이상 경기도민 1000명에게 '2차 재난기본소득' 필요성을 물어본 결과 6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전화조사방식으로 진행됐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 포인트다.

반면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7~29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유무선 혼합, 전화면접방식, 95% 신뢰수준 ±3.1%p)에선 피해계층을 대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56.5%)이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41.8%)보다 많았다.

서울신문이 지난 5일 보도한 현대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은 피해계층과 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게 좋다'는 응답(62.4%)이 '전국민 지급이 좋다'는 응답(36.2%)보다 훨씬 많았다. 이 조사도 지난해 12월 28~30일 전국의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혼합, 전화면접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경기도가 의뢰한 조사를 제외하면 3개 기관이 1주일 정도 차이를 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조사결과가 극적으로 상반되며 어떤 것이 실제와 들어맞는 걸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지사는 "'가난한 사람을 골라 많이 지원하는 것과 부자까지 똑같이 나누자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낫냐'는 뉘앙스로 물으면 속마음과 다르게 부자까지 나누자는 건 부도덕하다는 의식이 답변에 영향을 미친다"며 "도덕적 질문과 객관적 질문에 대한 답과 실제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리얼미터 조사결과에 대해 이상이 복지소사이어티 대표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는지 묻는데 방점을 둔 설문에 전 국민 지원을 끼워 넣은 것이라며 설문 구성과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질문내용을 보면 리얼미터 조사는 '정부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을 중심으로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4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공감여부를 물었다. 반면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는 '재난지원금의 효용성 차원에서 다음의 지급방식 중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면서 '프리랜서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방식,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방식, 잘 모르겠다'는 세가지 보기를 들었다.

조사 시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말이면 이미 정부가 선별방식의 3차 재난지원금 방침을 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여부 및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11월 말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선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에 대한 지지여론이 비슷하게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연말연초에 코로나19 확산과 추·윤 갈등, 여당의 국회 법 강행처리 등으로 여론이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상황에선 중도나 소극적 여권 지지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편"이라며 "ARS와 전화면접방식, 응답률 등에 따라 결과치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질문내용에 보조인지수단을 많이 넣거나 연령별 샘플을 맞추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제외해야 하는 영업소 사무실 전화응답을 포함하는 경우도 많다"며 "설문구성 등 세부 내용을 감안하되 특정 조사결과를 절대시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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