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기업들, 법률 위반 공익감사 청구 … SH, 분양가 인하 불가 방침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분양가격을 부풀려 1조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편취했다."(마곡산업단지 분양가 정산 공동대책위원회)

"법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했다."(서울주택도시공사)

마곡일반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이 분양가격에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18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마곡산업단지 분양가 정산 공동대책위원회(회장 한승우)는 감사청구에서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감사대상기관으로 지정했다. 공대위는 마곡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100여개 기업들로 구성됐다.


공대위의 감사청구 이유는 '분양가격 산정의 법률 위반'이다. 마곡산단 조성원가를 산정하면서 산업입지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대위는 "마곡산단 준공 후 분양가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SH는 법령을 위반하면서 분양가격을 11.2% 가량 부풀린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SH는 "법에 근거해 분양가격을 결정했다"며 삭감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익감사 청구로 갈등 해결은 감사원의 손에 달렸다. 감사원은 17일까지 감사개시를 결정하고 6개월 이내에 감사를 종결해야 한다. 결국 7월이면 분양가격 위법성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치보다 11.2% 급등 = 마곡산단 분양가격 문제는 입주기업이 부담해야 할 분양가격이 급증해 불거졌다.

SH는 2011년 마곡산단 산업시설용지 우선분양에 들어갔다. 2013년 8월 마곡지구 분양가격인 조성원가 산정 내역 추정액을 공개했다. 당시 총사업비는 2조409억여원, ㎡당 324만원이었다. 마곡산단 일부 준공이 마무리되자 SH는 분양가 정산을 위해 지난해 4월 재산정한 분양가격(2019년)을 내놓았다. 마곡지구 조성원가는 2조2024억여원으로 2013년보다 6672억원이 늘었다. ㎡당 가격도 360만3000원으로 11.2% 증액됐다.

공대위는 "분양가격이 11.2%가 인상되면 입주기업은 최소 2600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주기업들은 조성원가를 분석했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 8122억원, 폐기물처리시설부담금 883억원 등이 가격 인상의 주범이었다.

문제는 이 부담금은 산업단지 조성원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12조(부담금의 감면) 제1항에 따라 산업단지 개발사업에는 부과할 수 없다. 산업단지 교통체계 구축은 국가통합 교통체계 효율화법 제38조에 의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우선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단지 분양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폐기물처리시설부담금도 공동주택단지나 택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 부담금이다. 산업단지는 폐기물시설촉진법 제5조에 따라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2만톤 이상이고 조성면적 50만㎡ 이상일 경우에 폐기물처리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부담금 납부 의무와는 상관없다.

특히 마곡산단은 연구소 기업이 입주하는 연구단지로 연간 폐기물 발생량이 2만톤 미만에 해당돼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나 설치부담금 납부 의무가 없다.

공대위는 "산업단지 조성원가를 마곡지구 택지용지와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마곡산단은 주거용지와 경계가 분명하다. 마곡도시개발구역 전체 면적 366만6644㎡ 중 산업단지로 지정 고시된 면적은 112만3790㎡로 30.65% 규모다.

공대위는 "마곡산단은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을 구분 고시해 조성원가를 별도로 산정해야 한다"며 "산업단지 분양가격을 마곡 택지지구와 구분해 산출할 경우 6840억원 이상 분양가격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도시개발법과 산업입지법 차이 = SH는 "법에 근거해 분양가격(조성원가)를 산정했다"며 "공대위의 법률 적용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SH 주장대로 SH와 공대위의 적용법률이 다르다. 공대위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업입지법)을 적용했다. SH는 도시개발법과 택지개발촉진법에 근거하고 있다.

SH는 마곡도시개발사업이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조성됐고, 마곡산단은 도시개발의 한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마곡산단 분양가격을 마곡도시개발사업지구 전체 면적과 총사업비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마곡산단이나 택지지구를 구별하지 않고 총사업비를 면적으로 나눠 분양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과 폐기물처리시설부담금도 마찬가지로 택지개발사업에 부과되지만 전체 조성원가에 포함시켜 산정했다.

SH 관계자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조성원가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H가 분양가 인하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이유다.

마곡산단 분양가격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제처의 도시개발법 적용 해석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법제처는 "도시개발법에 도시개발사업 일부로 조성되는 산업단지 내 산업시설용지의 공급 및 가격산정에 관해 산업입지법령을 의제하거나 준용한다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며 법령정비를 권고했다. 산업입지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검토한 후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정비하라는 지적이다. 의제(擬制)란 실체를 달리하는 것을 법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고 동일한 법률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마곡산단과 유사한 사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도 '부적정' 의견이 다수 존재한다. 2017년 충북개발공사는 진천 신척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지방도 확장포장공사 등의 설계변경 금액을 산업단지 조성원가에 포함시켜 조성원가를 상승시켰다.

이에 감사원은 "개발계획과 실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공공시설 설치비 등은 조성원가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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