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몽드 “미국 따라잡을 채비 착착 … 질적 우선순위 강조”

2021년이 저명한 국제기구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대로 된다면, 중국은 올해 세계적 위기를 거침없이 헤쳐나갈 전망이다. 올해 말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서구 경제학자들이 2년 전, 즉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예측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점이 있긴 하다. 2년 전 서구 경제학자들은 중국이 2020년과 2021년 각각 5%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에 그쳤다. 올해는 이례적인 경제 반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경제성장률을 약 8%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7.9%로 전망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쨌든 중국의 성장궤도는 당분간 탄탄할 전망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12일 “주요 20개국 모임(G20)에 속한 그 어떤 나라도 올해 중국과 견줄 만한 성적을 낼 곳은 없다”고 전했다.

IMF는 최근 “올해 2분기까지 전세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이 글로벌 성장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골드만삭스 시장전략가인 루크 바스는 “현재는 ‘중국의 경이로운 시기’"라며 “한 세대 2번은 되풀이되지 않는 기회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장 전망에서 두가지 중요한 결론이 나온다. 첫째는 중국이 곧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선진국 지위로 올라선다는 것. 세계은행 기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당 GDP가 최소 1만2536달러가 돼야 선진국에 포함된다. 현재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262달러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또는 내후년 중국이 선진국 진입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내다본다.

“늦어도 2029년 미국 GDP 따라잡을 것”

이는 꼭 중국이 바라는 건 아닐 수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신흥국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무역 등의 특혜 때문이다. 2005~2013년 WTO 사무총장을 지낸 파스칼 라미는 지난 수년 간의 중국 입장을 언급하며 “부자 국민을 가진 가난한 나라로 볼 것인지, 가난한 국민을 가진 부자 나라로 볼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 그런 논쟁은 무의미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중요한 결론은 미국과의 격차 해소다. 미국경제는 2020년 4% 이상 위축됐다. 올해도 3% 반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양국의 경제 격차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영국 ‘경제경영연구소’(CEBR)와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등 독립 싱크탱크들은 최근 동일한 결론을 내려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29년엔 미국 GDP를 따라잡는다는 것.

WTO에 가입한 2001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1/7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중국경제는 10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미국은 2배 성장에 그쳤다. 이 추세는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시진핑 주석은 2020~2035년 중국 GDP를 두배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4.5~5.0%로 꾸준히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일본 전문가들은 JCER의 추산이 홍콩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점차 중국본토 경제와 통합되는 홍콩까지 포함하면, 2035년 중국의 GDP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를 합한 것과 비슷해진다.

르몽드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단기적 우선순위는 경로이탈 상황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지난해 중국정부는 재정적자 허용치를 GDP의 3.6% 이상으로 확대했다. 1960년 이후 최고수준이다.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올해 주요 거시경제 목표치를 공개한다. 그때까지는 중국정부가 올해 어떤 목표를 세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리커창 총리는 “2020년 경제정책의 결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가 정상범위로 여겨지는 3% 수준으로 점차 내려갈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 지도부는 질적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0년 12월 중순 8가지 사항이 공개됐다. 1순위는 국가안보능력 강화, 2순위는 공급망 통제였다. 미국 트럼프행정부가 ‘미중 경제 디커플링’에 나서면서 상당수 중국기업이 미국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텐센트 역시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특정 전략 분야, 특히 반도체의 경우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당연히 중국 지도부에겐 반도체 굴기가 최우선 순위다.

내수 진작은 3순위였다. 중국경제 성장의 상당수는 수출에 의존한다. 미국의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0년 말 기록적인 수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는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 있다. 미국과의 디커플링, 올해 서구의 저성장 전망은 중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이 때문에 IMF는 지난해 10월 ‘2021년 중국경제 성장 전망치’를 8.2%로 내놨다가 이달 들어 7.9%로 낮췄다. 만약 올 상반기 세계경제가 예상과 달리 반등한다면, 중국경제는 더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내수는 우선순위 문제지만 어떤 측면의 수요인지도 중요하다. 지난해 5월 리커창 총리는 나라 안팎에 충격을 줬다. 한달 1000위안(약 17만원)도 못 버는 중국인이 6억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중국 400대 부호의 재산은 지난해 64% 늘어 2조1000억달러에 달했다.

지역간 산업간 성장 격차 줄이기

하지만 상속세 등은 중국정부의 어젠다가 아니다.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중국은 주로 공적 인프라 개발사업에 의존한다. 지난해 8월 국영철도기업들은 2035년까지 50만명 이상의 주민이 사는 모든 도시를 철도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3만6000㎞의 철도는 2035년 7만㎞로 2배 늘어나게 된다.

국가주도 개발사업의 시대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중국 내륙의 도시들은 그 자체가 거대한 건설현장과 다름없다. 중국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고속도로와 철도, 고층빌딩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지방의 빈곤과 싸우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2월 ‘경제회복과 격차재조정’이라는 제목의 중국보고서에서 “지난 10년 동안 중국 지방간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격차 줄이기는 지리적 요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 부문도 해당한다. 세계은행은 앞서 보고서에서 “서비스 부문 성장은 중국의 경제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업 성장세를 능가할 것이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 절반 이상은 서비스 부문에서 비롯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혁신’과 ‘질적 성장’은 중국 지도부의 새로운 화두다.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로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 경제자문인 류허는 “경제의 모순은 언제나 공급에 있다”는 관점을 가진 인물이다. 르몽드는 “중국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궁극적으로 경제가 최고급 품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의 민간기업 통제 강화

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주요 기술기업 다잡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독점에 대항하는 싸움을 강화’하고,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것’은 2021년 중국정부의 경제 우선순위 중 하나다.

중국 지도부가 겨냥하는 목표가 기술기업이라는 건 명확하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인터넷 거물기업들이 부도덕한 중개인 역할을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더 많은 빚을 지라고 부추기면서도 그 책임과 리스크는 국영은행 등 다른 주체에 떠넘긴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징둥닷컴 등 주요 기술기업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갖게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과점체제를 형성해 다른 기업의 혁신을 해치고 있다는 것.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민간소비자 데이터는 국영은행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이런 디지털 정보를 규제당국과 공유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현재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마윈은 지난해 10월 31일 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주요 기술기업의 운명은 올해에도 여전히 불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 역시 마윈 사태에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기술기업 등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은 명확하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정부와 군 사회 학교를 불문하고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공산당의 통제는 어느 곳이든 미친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중국정부의 모든 움직임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올해가 중국 역사상 최고의 해가 돼야 한다’는 목표에 따라 취해질 것”이라며 “그래야 2022년 20차 당대회에 앞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승리를 선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것, 부채를 통제하는 것, 화석연료를 덜 쓰는 경제를 만드는 것, 지역간·산업간 불평등을 줄이는 것 등은 개별적으로도 매우 힘든 과제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이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외부의 시각으로는 달성 불가능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을 것이다. 중국 공산당에게 2021년은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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