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치’가 중심인 시대다. 예기치 않은 팬데믹 위기를 겪은 지난해, 우리에게 ‘사회적 가치’는 실생활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한 개인의 일상적인 행위도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뼈아프게 배웠다.

그리하여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해야 할 공공 부문뿐 아니라 경제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던 민간 부문조차도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해관계자들의 공동발전에 있다고 선언하고 사회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가치 따른 소비행동 더 강화될 듯

소비자들 또한 가치에 기반한 소비 트렌드를 더욱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산업 2020년 결산과 2021년 전망’ 세미나에서 2020년 콘텐츠 업계를 대표하는 중요한 단어 중 하나로 신조어 ‘가불구취’를 선정했다.

이는 ‘가치관과 불일치하면 구독 취소합니다’라는 의미로 자신의 가치관이 선택의 기준이며, 사회적 차별이나 인권침해,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콘텐츠나 채널을 구독취소 방식으로 가차없이 거부한다는 말이다.

성차별 문화를 조장하거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콘텐츠, 불공정한 방식으로 광고를 하는 콘텐츠 등은 예외없이 소비자들의 질타와 외면을 받았다.

패션상품들도 친환경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고, 게임을 하면서도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올바르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기꺼이 불매에 동참한다. 소비자들이 사회적 가치에 따라 소비행동을 결정하는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할 공동체 회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핵심적 요소로 ‘사회적 가치’가 제시되고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이 이를 선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한 이후, 공공기관들은 본래의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사회적 가치 증진을 경영의 최우선 요소로 두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일자리, 안전,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등의 가치를 전체 사업의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 동시에, 콘텐츠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 창출센터’를 별도로 설립·운영하고 있다.

K-콘텐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이끌 것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스타 플레이어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의 창작-유통-소비의 가치사슬에서 어떤 이도 소외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표준계약서 보급, 주 52시간 근무 컨설팅, 불공정 피해구제, 성평등센터 운영 등 사회적 가치 창출센터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이 산업의 신뢰 수준을 높혀 콘텐츠 산업의 흔들림 없는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상황이 일상이 되면서 콘텐츠 산업은 국민을 연결하고 위로하며, 대외적으로는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핵심 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코로나 이후에도 K-콘텐츠가 대표하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비대면 경제와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이끌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감동시킬 수 있도록 사회적 가치 향상에 기반한 K-콘텐츠의 건강한 성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