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실리그 외/오일문 옮김/부키/1만5000원

새해가 됐다. 새해가 되면 한번쯤 올 한해 동안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들을 모아 계획을 세우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살을 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이런 사람들의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습관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영어 팟캐스트를 듣고 잠자리에 들기 전 30분씩 책을 읽는 일. 저녁 식사를 선식으로 대체하는 일. 그런 하루하루의 습관들은 새해 초의 결심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새로 나온 책 '루틴의 힘 2'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커리어에 집중하게 해 주는'이라는 부제처럼 루틴의 힘, 습관의 힘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다. '스탠퍼드의 빌 게이츠'라는 티나 실리그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스콧 벨스키 어도비 커뮤니티 부문 부사장 등이 필진으로 참가했다. 집단 지성 플랫폼 99U의 출간 프로젝트인 '루틴의 힘'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새해 초에 하는 결심 중에는 공부에 관한 것도 많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공부해 보자. 사진은 강남구립도곡도서관에서 이용자들이 책을 읽는 모습. 강남구립도곡도서관 제공


'집중 원칙'을 지켜보자

책에서 한 저자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지키는 데 번번이 실패한 끝에 원인을 찾는다. 그는 MIT 컴퓨터과학 4년 과정을 1년 만에 독파하는 학습법으로 화제를 모은 스콧 영이다. 그는 일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집중하려 했으나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때, 습관과 루틴은 의지력이고 의지력은 쓸수록 고갈되는 한정된 자원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이는 '자아 고갈'이라는 개념으로 한곳에 의지력을 몰아 쓰면 다음 일에 몰두할 에너지가 소진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그는 루틴을 창조하기로 결심했다. 의지력을 고갈시키는 일을 파악해 그 일을 무의식적인 루틴으로 점차 변화시켜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가진 의지력은 다른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저자는 루틴을 만드는 일에 공을 들이는 '집중 원칙'이라는 개념을 밝힌다. 그의 집중 원칙은 한번에 루틴 하나씩만 바꿔 나가는 것이다. 최소 한 달은 루틴 하나를 바꾸는 데 몰두하고 다음 루틴으로 넘어가는 것. 여러 개의 습관을 한번에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차근히 교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첫째달은 일찍 일어나기, 둘째달은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이다.

그는 습관을 바꾸기 위한 두번째 통찰에 이른다. 이는 '고전적 조건 형성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고전적 조건 형성 이론을 활용하면 루틴을 재설계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어떤 루틴을 바꾸기 위해 꾸준히 일관성 있게 노력하면 그 루틴이 체화되는 시간은 단축된다.

이는 종이 울리면 개가 침을 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일주일 중 하루를 정해 하루 1시간씩 그 일을 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반면, 매일 퇴근 후 35분 정도 그 일에 시간을 쏟을 수도 있다. 후자가 보다 일관성 있게 루틴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매일, 같은 조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루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패 이력서' 써 볼까

기업 성과 관리 컨설팅 회사 '에너지 프로젝트'의 CEO이자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의 저자 토니 슈워츠는 여러 해 동안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다 보니 별다른 성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많았다.

그는 업무를 하기 전에 시간제한을 두는 루틴을 만들었다. 시작과 종료 시간을 명확하게 정하면 일에 들어가는 부담이 덜하고 지금 하는 일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 집중과 10분 휴식'이라는 자신만의 루틴을 반복하자 이제는 반년 동안 책 2권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업무에 활용하면 효율과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 커리어가 정체되지 않도록 역량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싶다면 과학 저널리스트 조슈아 포어의 루틴을 주목해 볼 수 있다. 그는 기억력 훈련을 할 때마다 연습 내용을 스프레드시트에 적어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다음에는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등 진행 상황을 한눈에 확인했다. 이와 같은 셀프 피드백 체계를 만들어두면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티나 실리그 교수는 새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싶다면 '실패 이력서'를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각각의 실패에서 얻는 교훈을 반드시 적는 것이다. 세계적 기업가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위험을 감지하거나 회피하는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빨리 이를 회복하고 교훈 삼아 다시 도전했기 때문이다. 실패 이력서 쓰기를 반복할수록 회복력은 점점 커지고 강해질 수 있다.

책에는 더 나은 성과를 내는 팀을 만드는 루틴도 담겨 있다. 팀원의 경력과 개성이 다양할수록 팀의 단점은 보완되고 창의력은 극대화되나 팀원들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면 고인물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주기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 협업 루틴을 통해 '구르는 돌'처럼 일하는 팀을 만들 수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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