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조치보다 예방적 지원 중요 … 재난지원금 등 사회경제적 지원도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국민 모두가 고통받고 있지만 이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시내 주거취약지역 현황을 파악하고, 실정에 맞는 현실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존 방역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주거취약지역 내 코로나19 감염위험이 높은 지역과 집단도출을 위한 해외방법론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방역수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손씻기로 대표되는 방역지침이 생활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도시내 주거취약지역(슬럼과 비공식주거지)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주거취약지역 코로나감염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초기엔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고소득국가가 중심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슬럼과 비공식주거지 거주민 비율이 높은 중남미 및 북미 감염자수가 유럽을 추월했다.

유엔 해비타트,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는 슬럼 및 비공식주거지 거주자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강조하고 있다. 주거안정성과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슬럼과 비공식주거지내 감염위험이 높은 지역(핫스팟)과 집단을 선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도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줄이려면 도시내 주거취약지 유형별 기존사업의 주안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중소도시 또는 대도시 외곽은 마을단위의 물리적 개선, 공동체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책이 미비하다.

반면, 대도시 도심은 코로나19 감염위험이 높은 지역과 집단을 도출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이 대표적 사업인데, 정책대상이 지역이 아니라 개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시주거취약지내 인구학적 데이터, 거주민 건강상태, 경제적 데이터(일자리 유형, 출퇴근방식 등), 사회적 데이터(주민거점공간 이용행태 등) 공간데이터(대형마트, 대중교통 결절점 등) 구축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하고 있다.

김수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줄이려면 도시내 비주택 주거실태조사 등을 통한 현황파악부터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경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업자, 생계위기가구 등에 직접적인 보조금(재난지원금)을 지원하라는 얘기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주택, 예컨대 최소주거면적 이하 주택 거주자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일용직 노동자 등이 해당된다. 이들에게 재난지원금, 임대료 등 보조금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이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IMF 때처럼 거리 홈리스가 급증하지 않도록 사후적 조치가 아닌 예방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발생한 일시적인 삶의 위기가 영구적인 삶의 위기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식당, 주유소처럼 '일터 숙식'에 대한 주거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일터의 일부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주거대책은 거의 없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으면 곧바로 머물 곳이 없어지게 된다. 이들에게 임시 주거지나 주거비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터내 숙소'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규제.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나이나 국적, 근로능력 등과 상관없이 주거를 상실할 위기에 처한 모든 사람에게 긴급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38만 주거취약층, 방역도 생계도 막막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김병국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