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과실 의심에도 안전관리 충분치 않아"

지방국토관리청이 관리하던 국도에서 공사 중 차량 충돌 사고가 벌어졌다. 법원은 도로를 관리하는 정부와 공사업체도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단독 이형주 부장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대한민국 정부와 라인건설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8년 1월 오전 경북 의성군의 한 도로를 달리던 A씨의 쏘나타 차량이 역주행을 하다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과 정면충돌했다. 또 다른 차량이 트럭을 추돌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롯데손보는 이 사고로 인해 4억8000만원을 대인, 대물 보상금으로 지출했다.

롯데손보는 "공사를 맡은 라인건설과 공사감독자인 대한민국 등이 이 사고와 같은 오인에 의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시설 및 조치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전적으로 피고들의 과실에 의한 사고"라며 구상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정부와 건설사는 "운전자 A씨의 고의적 중앙선 침범에 의한 역주행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사고 당시 안전표지는 충분했고, 미흡했더라도 사고 발생에 대한 인과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사고 구간이 포함된 곳은 국도 28호선으로 애초 왕복 2차로인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왕복 4차로 확장공사를 발주해 라인건설이 수급받은 상태였다.

개통되지 않은 도로인 터라 관할 경찰서는 라바콘과 안전표지 등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고현장 중앙분리대에는 드럼통이, 중앙선에는 형광테이프만 설치됐다. 사고 이후 관할 경찰서는 국토관리청 등에 도로 안전표지 보강을 요구했다.

그런데 한달도 되지 않아 주변에서 다른 화물차가 역주행을 하다 버스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공사 현장에는 두 차례 사고 후에야 도로에는 황색실선과 화살표를 표시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고 현장에 충분한 안전조치가 이행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설치된 형광 반사테이프는 2개차로의 경계를 구분하는 기능만 할 뿐 중앙선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없었다. 여기에 경찰로부터 교통운영안을 받고도 라바콘 제품 공급 지연이라는 이유로 설치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됐다.

이 부장판사는 "A씨가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역주행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사유가 상당히 있다"면서도 "피고들에게 부여되는 안전관리의무가 충분히 이행됐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해 피고들의 (사고) 기여도를 20%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고로 인해 공사 관계자들의 책임을 20%로 정한 뒤 공사업체와 감리업체, 정부 책임을 3:3:4 로 봤다. 이에 따라 정부와 건설사는 보험사에 각각 3800만원과 28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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