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머물라”하지만 안전한 집 아예 없어

감염위험 높은 지역·계층 핀셋대책 필요

취약계층에 연탄을 배달하는 육군장병 | 육군 37사단은 장병들의 자율적 모금으로 1천만원을 마련해 21~29일까지 홀로 사는 노인 등 충북지역 취약계층에 연탄 1만4500장을 지원한다. 육군 37사단이 연탄을 나르는 모습. 연합뉴스=육군 37사단 제공


#전주시에 사는 요양보호사 김 아무개(55.여)씨. 취업준비중인 20대 아들과 단둘이 산다. 200만원 남짓한 김씨 월급이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이지만 지난해 직장을 잃었다. 수개월째 집세를 못 냈고, 보증금마저 바닥나 결국 지난해 말 강제퇴거를 당했다. 다행히 주거복지센터의 임대주택을 제공받았지만 6개월만 거주할 수 있는 임시거처다. 일자리마저 막막해 김씨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와, 생계위협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다. 열악한 경제여건과 취약한 주거환경에 놓여있는 36만가구와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도 그중 하나다.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은 ‘홈리스’(노숙인)와 ‘비주택거주자’등을 가리킨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노숙인은 2016년 기준으로 1만7532명. △거리노숙인 2015명 △생활시설 노숙인 9325명 △쪽방촌 주민 6192명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주택외 거처(오피스텔 제외) 가구는 2017년 기준으로 36만9501가구다. 유형별로는 △고시원·고시텔 15만1553가 구(41.0%) △'일터의 일부공간’과 만화방·PC방·찜질방 등의 ‘다중이용업소’ 14만4130가구(39.0%) △여관·여인숙 등 ‘숙박업소 객실’ 3만411가구(8.2%) △판잣집·비닐하우스 6601 가구(1.8%) 등이다.

이 외에 컨테이너, 판넬 또는 조립식 건물, 창고, 마을회관, 종교시설 등에 거주하는 가구도 3만6806가구(10.0%)에 이른다.

이들은 현재 방역과 생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행동지침’은 이들에겐 남의 얘기일 뿐이다. 정부는 외출.모임 등을 자제하고, 최대한 집에 머물 것을 권장하지만 홈리스에겐 머물 집이 없다. 화장실, 부엌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여관·여인숙, 쪽방, 고시원 거주자에게 집은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주거취약계층은 생계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일용직 혹은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원래부터 불안한 일자리인데, 코로나19로 더욱 취약해졌다.

이들에게 일자리 상실은 곧 주거상실을 의미한다. 임대료(월세)를 못내거나 일터 숙소에서 쫓겨나면 곧바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 대응이 주거취약계층에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김수진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부연구위원은 “유엔 해비타트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기존 코로나 방역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며 “우리도 도시 주거취약지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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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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