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형태·조례 주민이 직접 결정

자치법 개정, 주민참여 획기적 확대

주민이 지자체장을 거치지 않고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발의 요건도 완화되고, 처리시한도 최대 2년으로 제한된다. 주민이 직접 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획기적이다.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주민이 지방행정모두 지방자치법이 제정 32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법으로 개정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우선 주민조례청구 문턱이 낮아진다. 현재도 주민들이 일정 요건을 갖춰 조례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지자체장(집행부)을 거쳐서 지방의회로 안건이 제출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집행부가 ‘요건이 안 맞다’며 주민들이 애써 서명한 조례청구를 각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청구한 조례가 지방의회에 바로 제출되면 집행부의 불필요한 견제를 막을 수 있다. 집행부의 뜻에 반하는 조례도 주민들이 직접 의회에 제출할 수 있다.

청구요건도 완화되고, 지방의회 심의를 강제하는 규정도 생긴다. 정부가 개정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주민조례발안법을 별도로 만들어 이 같은 세부 규정을 담는다. 이 밖에도 대표적인 주민참여 제도인 주민감사청구와 주민소송 등에 필요한 요건도 대폭 완화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도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체장과 이를 견제하는 지방의회의 분리형 한 가지 형태로 운영되지만 앞으로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 의장이 대표가 되는 지자체, 의회가 단체장을 임명하는 지자체 등 다양한 형태의 기관구성이 가능해진다. 이 또한 개정 지방자치법에 근거가 마련돼 가능해졌다.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인구 1만이 안 되는 경북 울릉군과 인구 119만인 경기 수원시가 굳이 같은 형태의 권력구조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지방자치법에 주민 스스로 기관구성 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주민자치회 조항이 삭제돼 아쉬움을 남겼다. 주민자치회는 직접민주주의 강화의 상징 같은 제도다. 주민들이 주민생활과 연관된 행정기능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기구다. 이미 7년 전부터 여러 지자체에서 운영해 모범사례를 남긴 제도다. 전국 118개 시·군·구에서 626개 주민자치회가 운영 중이다.

한편 개정 지방자치법은 내년 1월 시행된다.

["[신년기획]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다" 연재기사]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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