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지지도 '최저' … "정권심판론 강해"

야당 반사이익 '불분명' … "오만 빠졌다" 우려

국민의힘은 26일 4월 보궐선거 출마 희망자 중에 예비경선에 나갈 후보를 추렸다. 서울 8명, 부산 6명이나 남았다. 민주당보다 두 배 넘는 숫자다. 예선전이 뜨거운만큼 선거 승리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당 지도부와 후보들에게서 "4연패 탈출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는 낙관론이 쏟아진다. 국민의힘을 감싼 낙관론은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터무니없는 자만감일까.

◆"서울·부산 싹쓸이할 것" = 국민의힘 낙관론의 원천은 여권의 부진이다. 지난해 말 극에 달했던 △코로나19 재확산 △추미애-윤석열 갈등 △부동산 대란은 여권에 심각한 타격을 안겼다. 후폭풍은 새해 들어서도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7%(한국갤럽, 19∼21일, 1000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 홈페이지 참조)까지 떨어졌다. 취임 후 최저치다.

부산시장에 도전한 국민의힘 후보는 "부산에는 문재인정권에 대한 심판 기운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여유있게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후보는 "이 흐름대로라면 내년 대선도 낙관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지난 21일 MBC 인터뷰에서 "소위 정권심판론이라는 것이 서울시장 선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도 국민의힘 낙관론에 힘을 보탠다. 한국갤럽 조사(5∼7, 1001명)에서 보궐선거에 대한 의견을 물은 질문에 '정부 견제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한다'(52%)는 답이 '정부 지원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37%)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당 관계자는 "정권심판론이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후보만 잘 세운다면 전국선거 4연패를 끊을 절호의 기회인 것은 맞다"며 "서울과 부산시장 모두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궐선거 압승의 자신감이다.

◆여 지지도 바닥 치고 반등? = 4연패 탈출의 근거가 약하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여권에 대한 비판적 민심이 커진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갤럽(19∼21일, 1000명)의 정당지지율 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33%, 열린민주당 3%, 정의당 5%다. 범진보정당 지지층이 41%에 달한다. 국민의힘(23%)과 국민의당(5%)을 합치면 28%. 오차범위 밖에서 밀린다. 대선주자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KSOI 조사(22일, 1013명)를 보면 이재명 26.2%, 이낙연 14.5%, 심상정 1.6%, 김부겸 0.9%였다. 범진보주자 지지층이 43.2%에 달한다. 윤석열(14.6%) 홍준표(4.6%) 오세훈(3.0%) 유승민(2.4%) 원희룡(1.0%)을 합치면 25.6%에 머문다. 여권에 등돌린 민심이 야권에 모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권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던 코로나19 재확산과 추-윤 갈등 등이 해소되는 국면이기 때문에 여권 지지도는 바닥을 치고 선거 전까지 상당부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4차 재난지원금이나 '코로나 보상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이 보궐선거 전에 현실화된다면 이 역시 여권에 '가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야권의 자중지란도 비관론을 키우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논의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3자대결 가능성도 점쳐진다. 부산시장 경선에 뛰어든 주자들간에 네거티브가 격렬하다. 본선에 나갈 후보가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국민의힘 안팎에 커진 자신감은 자만감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25일 "임기말 여권의 실수로 지지도 격차가 줄고 간간히 역전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니 마치 이기기라도 한 듯 오만에 빠지고 있다"며 "우리 당의 고질병"이라고 비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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